박세리 '화려한 부활'…2년만에 우승

입력 2006-06-12 08:18:08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극적 연장 우승

'잊혀졌던 골프여왕' 박세리(29.CJ)가 2년여에 걸친 깊은 슬럼프를 메이저대회 왕관으로 털어냈다.

박세리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하브드그레이스의 불록골프장(파72.6천59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최종일 카리 웹(호주)을 연장 접전에서 제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박세리는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웹과 공동선두로 정규 경기를 마친 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첫번째 홀에서 이글성 버디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지난 2004년 5월 미켈롭 울트라오픈 우승 이후 까닭모를 슬럼프에 빠져 들어 컷오프와 하위권 추락을 번갈아 '주말골퍼보다 못하다'는 눈총을 받아왔던 박세리는 이로써 화려한 부활의 나래를 폈다.

더구나 부활의 무대가 바로 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올렸던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이라 감동은 더했다.

22승을 올린 이후 2년의 세월이 흐른 뒤 23번째 우승컵을 거머쥔 박세리는 메이저 우승컵도 5개로 늘렸다.

또 5개의 메이저대회 우승컵 가운데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만 1998년, 2002년에 이어 3개를 차지해 남다른 인연을 과시했다.

박세리의 우승으로 올들어 열린 15차례 대회에서 한국 선수 우승 회수는 7차례로 늘어났고 코닝클래식부터 3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기록도 세웠다.

박세리의 부활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한편의 드라마와 다르지 않았다.

선두 미야자토 아이(일본)와 팻 허스트(미국)에 2타 뒤진 공동6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박세리는 9번홀까지는 버디 3개에 보기 2개를 곁들이며 그저 선두권을 지키는데 그쳤다.

그러나 11번홀(파5) 버디로 웹, 그리고 김미현(29.KTF)와 함께 공동선두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우승 각축전에 뛰어든 박세리는 12번홀(파3)에서 무려 20m 짜리 먼거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1타차 2위 그룹에 포진한 추격자는 너무 많았다.

게다가 13번홀(파4)에서 티샷이 러프로 밀린 박세리는 1타를 잃었고 앞서 경기를 펼치던 웹이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뽑아내 오히려 1타차 공동 2위로 밀려났다.

15번홀(파5)에서 1타를 줄여 다시 공동선두로 복귀한 박세리는 16번홀(파4)에서 1.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1타차 단독 선두를 되찾았다.

이미 웹이 8언더파 280타로 경기를 마친 상황에서 1타차 선두로 18번홀(파4) 공략에 나선 박세리는 그만 3퍼트 보기로 승부를 연장으로 넘기고 말았다.

하지만 연장 승부는 부활의 무대를 더 짜릿하게 만든 각본과도 같았다.

유틸리티우드로 친 박세리의 두번째 샷은 홀에서 한 뼘거리에 멈췄고 우승을 확신한 박세리는 두팔을 번쩍 지켜들었고 캐디와 포옹을 나눴다.

웹의 4m 버디 퍼트가 홀을 한참 비켜가자 박세리는 마크를 치우고 볼을 내려놓은 뒤 톡 쳐서 쉽게 넣는 '탭인(Tap in) 버디'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세리에 앞서 부활의 노래를 불렀던 '영원한 동반자'이자 '라이벌' 김미현(29.KTF)가 박세리에 1타 뒤진 7언더파 281타로 미야자토와 함께 공동3위에 올랐고 '천만달러의 소녀' 위성미(17.나이키골프), 안시현(22)이 공동 5위(6언더파 282타)를 차지했다.

또 임성아(22.농협한삼인)와 김영(25.신세계)이 5언더파 283타로 공동 9위에 올라 한국 선수 6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 4연패에 도전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4타를 줄이면서 추격전을 펼쳤지만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9위에 머물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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