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철(33) 씨의 작업은 선과 면, 형태와 색을 지탱해주는 캔버스 자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다. 우연히 캔버스 뒤편에 들어간 못과 캔버스의 천, 빛이 이뤄낸 조화를 발견하고서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장 씨의 전시회 'Time Space'전이 15일까지 필로갤러리(053-421-0085)에서 열린다. 장 씨의 작품은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하얀 캔버스 아래 철판을 넣은 작품은 빛의 각도에 따라, 그리고 관찰자의 시각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성은 무한 확장성을 띄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하나씩 하나씩 작품을 이어붙이면 다시 새로운 작품이 나타난다. 레고 조각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물을 만들어내듯 장 씨의 작업 하나하나가 모여 전혀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킨다. 개별로든 집합으로든 장 씨의 작품은 또 위아래의 개념도 성립하지 않는다.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 장 씨의 캔버스는 설치하는 이의 마음에 따라 어느 쪽이나 위가 되고 아래가 된다.
특별한 형태를 보여주지 않지만 특별한 형태를 생각하게 하고, 색이 없지만 빛을 통해 색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은 관람자들에게 열린 사고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작품이 무엇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강요하지 않고 관람객의 몫으로 돌린 것이다. 최소한의 형태로 해석에 많은 가능성을 던져주는 장 씨의 작업은 불교적인 색채까지 느껴진다.
"가능성으로 차있는 침묵"의 작품 20여 점(드로잉 작품 10여 점 포함)을 감상할 수 있으며 10일 오후 3시 작가와의 만남이 마련돼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