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5일부터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마무리 단계다. 중간 점검 결과 양국 간의 시각차가 태평양만큼이나 넓고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쌀을 포함한 농업과 위생검역(SPS) 분과는 이견이 커 통합 협정문 작성에 실패했다. 특히 우리의 관심사인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은 미국이 안건 상정조차 거부했다.
협상에는 상대가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도 없다. 따라서 이번 협상의 성패를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 하지만 국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한미 FTA 체결을 서두른 결과치곤 신통치 않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아세안과의 협상에 비해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단다. 그러나 금융서비스 등 국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일부 독소조항에 대해 우리 측이 과도하게 양보했다는 지적이 나온 마당에 마냥 즐거워할 수 있을까. 반면 개성공단 생산 제품의 한국산 인정은 미국이 FTA 협상대상이 아니라며 반대해 우리 요구를 관철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10일에서 14일까지 5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이 예상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모양이다. 2차 협상은 쌀 등 세부품목의 개방 예외 및 관세율 인하, 서비스 분야의 개방 유보안 등을 다룰 예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협상 과정의 투명공개와 국민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 FTA는 그 영향력이 광범위할 뿐 아니라 산업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돼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측과 우리 경제의 미국 예속이 심화될 것이란 입장 등 한미 FTA를 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 따라서 협상과정이 불투명하면 극심한 국론 분열과 불복종 운동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미 FTA는 한미 간의 협상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한중 및 한일 FTA의 시금석이 된다. 자칫 미국에 유리한 협정이 체결되면 중국과 일본도 같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조차 한미 FTA를 서둘지 말고 한중 및 한일 FTA 협상과 동시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국민 동의를 구하지 않은 어설프고 서툰 협상은 거센 반발과 후유증을 낳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2차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