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억의 축제' 독일월드컵 화려한 팡파르

입력 2006-06-10 05: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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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째를 맞는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월드컵 축구대회 본선 파노라마'가 10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개최국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으로 대장정에 들어갔다.

개막전에 이어 오전 4시에는 폴란드-에콰도르의 A조 1차전, 오후 10시에는 잉글랜드-파라과이의 B조 1차전이 펼쳐졌다.

다음 달 10일 오전 3시 결승까지 한 달 간 펼쳐질 본선 64경기는 단 한 경기도 눈을 떼기 어려운 그라운드의 향연이다.

한국민에게 이번 월드컵은 지구촌의 축제인 동시에 절실한 염원을 이어갈 '붉은 함성'의 현장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아드보카트호는 지구를 두 바퀴 이상 도는 8개월여 항해를 거쳐 마지막 결전의 땅을 밟았다.

지난달 27일 가슴 벅찬 열정을 품고 인천공항을 떠나온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은 전 국민의 기(氣)를 전달받아 전열을 가다듬고 그라운드를 밟을 때만 기다리고 있다.

◇한국 '끝나지 않은 신화'를 완성한다

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독일 입성 첫 마디로 "2002년 한일월드컵과 같은 결과를 내겠다"고 했다.

그리곤 선수단에 "예리함과 자신감을 되찾으라"는 특명을 내렸다.

23인 태극전사들은 "국민의 염원을 모를 리 있느냐"며 "그 동안 많은 고생을 해온 만큼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투지를 불살랐다.

태극호는 지난 2일과 4일 유럽 현지 두 차례 평가전에서 노르웨이와 득점없이 비기고 가나에 완파해 사기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독일 베르기시-글라드바흐의 슐로스 벤스베르크 호텔에 입성할 때 23인의 전사들은 결코 밝은 표정을 짓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태극호는 부상자 없이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이동국이 무릎 십자인대 수술로 월드컵 출전 꿈을 접은 뒤로는 큰 부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박지성, 김남일, 이호 등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현재 100% 가까이 정상 컨디션을 되찾아 예리함을 되찾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2년 4강 진출을 이끌었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코치가 '군기반장'으로 나선 가운데 선수들은 "가나와 평가전이 끝나고 많이 침체됐던 분위기도 많이 끌어올렸으니 이제 진짜 시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13일 오후 10시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 슈타디온에서 열리는 G조 조별리그 토고와 첫 경기에 모든 사이클을 맞췄다.

선수들의 컨디션 시계는 물론 전술.전략적 구상의 '화룡점정' 시기도 토고전 직전이 될 전망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머릿 속에는 토고전 선발 라인업으로 나갈 베스트 일레븐 구상이 사실상 끝났지만 마지막 한 두 자리에 변동 여지를 남겨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고 있다.

첫 적수 토고는 독일 남부 방겐에 둥지를 틀고 오랜 기간 담금질을 했지만 협회와 선수단의 보너스 갈등 등으로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한 편이다. 하지만 '당장 붙어도 한국엔 자신있다'고 밝히는 등 넘치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아드보카트호에 토고전 승리는 필수다.

한국축구는 오는 19일 오전 4시 라이프치히에서 '아트사커' 프랑스와, 24일 오전 4시 하노버에서 '알프스 전사' 스위스와 조별리그 2, 3차전을 각각 치르지만 무조건 첫 경기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다.

◇우승 후보 '5龍' 각축..5대 '빅매치'

독일월드컵 우승 후보로는 통산 여섯 번째 피파컵에 입맞춤하길 기다리는 '삼바군단' 브라질을 비롯해 개최국의 이점을 안은 독일, 웨인 루니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미드필더진을 자랑하는 '종가' 잉글랜드, 카테나치오(빗장수비)에 화력을 실은 '아주리군단' 이탈리아, 남미의 양대산맥 아르헨티나 등 5개국이 첫 손에 꼽힌다.

브라질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 1순위 팀이다. '2R+A.K'로 불리는 공격진은 펠레, 자일지뉴, 리벨리누가 뛰던 1970년 월드컵 우승 당시의 브라질에 비견된다.

호나우두, 호나우디뉴, 아드리아누, 카카가 그 주인공이다.

독일은 '녹슨 전차'의 오명을 이번 기회에 씻어버릴 태세다. 팀의 '축'인 미하엘 발라크가 장딴지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게 우려다. 독일 축구팬들은 단 5%만이 독일의 네번째 우승을 점치고 있지만 홈 팀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월드컵의 살아있는 전통이다. 독일은 이미 7차례나 결승에 올랐을 만큼 정상에 근접해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바덴바덴에 입성한 잉글랜드는 루니가 다쳐 부상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지만 '로봇춤 세리머니'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장신 스트라이커 피터 크라우치의 급부상에다 프랭크 램퍼드, 스티븐 제라드 등 세계 최강의 중원 위용을 자랑한다.

이탈리아는 47년 만에 세리에A 한 시즌 30골 고지를 밟은 늦깍이 골잡이 루카 토니와 알베르트 질라르디노를 앞세워 화력의 팀으로 변신했다. 이탈리아는 아르헨티나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해있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순풍을 탈 가능성이 크다.

아르헨티나는 3년 연속 남미 최우수선수 카를로스 테베스와 중원의 지휘자 후안 로만 리켈메,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를 내세워 20년 만의 정상 탈환을 꿈꾼다. 네덜란드,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코트디부아르라는 지뢰밭을 통과하는 게 우선 과제다.

빅5 매치로는 C조 네덜란드-아르헨티나(6월22일 오전 4시.프랑크푸르트), B조 스웨덴-잉글랜드(6월21일 오전 4시.쾰른), A조 독일-폴란드(6월15일 오전 4시.도르트문 트), D조 체코-이탈리아(6월22일 오후 11시.함부르크), H조 스페인-우크라이나(6월14일 오후 10시.라이프치히)가 꼽힌다.

조별리그 이후 16강 토너먼트는 예상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우승 후보들이 조 1 위로 16강에 올라 8강까지 순항한다고 가정했을 때 준준결승에서 독일-아르헨티나, 이탈리아-프랑스, 브라질-스페인으로 이어지는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브라질을 포함해 어떤 팀도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고 어느 팀이 끝까지 갈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게 바로 월드컵이다.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2002년 예선 탈락의 설움을 딛고 8년만의 4강 복귀를 준비하고 있고 '바이킹 군단' 스웨덴도 16강 진출을 넘어 1958년 준우승에 버금가는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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