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201만원은 평범"…사교육 얼마나 하나?

입력 2006-06-08 09:39:26

지난 해 말 대구 수성구 학원가에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연출됐다. 수성구 학군의 한 고등학생이 수능시험 전국 수석을 차지하자 모두 자기 학원 출신임을 알리려고 플래카드를 일제히 내건 것. 이 학생의 이름은 논술·영어·수학·과학 학원 등 가릴 것 없이 수 십 곳에 내걸렸다. 지산동 한 영어학원장(38)은 "이 해프닝은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학원을 얼마나 많이 다녀야 하는지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얼마나 하나

"새벽 2시 반까지 개인 과외를 시키는 친구들도 있는데요. 논술은 부르는게 값이고···."

중3, 초6 자녀를 둔 주부 박모(43·수성구 만촌동) 씨. 그는 "우리 애들은 평범한(?) 수준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4개 학원, 원어민 영어 과외, 플루트 및 논술 과외를 받는 큰 애의 한달 사교육비는 201만 원. 작은 애까지 296만 원을 과외비로 지출했다(표 참조). 금융권에서 일하는 남편 월급이 1천 만원 가량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가능한 것. 가계 소득의 30% 정도가 사교육비다.

박 씨는 "애들이 공부를 잘 하고 부모가 수입이 많을수록 과외비로 나가는 돈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소수정예로 좋은 선생한테 배우려면 과목당 몇 백만 원씩 쓰기도 하고 일부 고3 학부모들은 과목당 1천만 원을 주고 팀을 짜 공부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달서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서모(가명·16·중3) 군은 모두 3개 학원과 수학·논술 과외를 받고 있었다. 논술은 7명이 한 팀을 짜 1시간 30분 수업하고 한달에 1명당 20만 원씩 낸다(표 참조). 초등학생인 동생(13)의 과외비까지 한달 평균 170만 원. 회사원인 아버지 월급이 400만 원으로 가계 지출의 42.5%가 사교육비였다.

■'놀토'가 '죽을토(?)'

'토요일에는 농구 과외, 일요일은 밀린 과외(?)'

중3 자녀를 둔 이모(46·여) 씨는 주말이 되면 예체능 과외에 집중 투자한다. 2008학년도부터 내신비중이 강화된다는 얘기가 나돌자 미술, 음악, 체육 등 예체능과목도 신경이 쓰이기 때문. 이 씨는 "미리부터 준비해야 고등학교에 올라가도 허둥대지 않을 것"이라며 "운동할 시간이 없는 아이에게 주말에 2시간 정도 운동을 시키고 월 1인당 10만 원 정도를 낸다."고 말했다.

한달에 2번 노는 토요일이 생기자 주말 과외가 성행이다. 국·영·수 등 주교과목 외 예체능, 논술, 독서 과외가 주말에 집중되고 있는 것. 논술 비중이 높아지자 일주일 동안 읽을 책을 추천하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독서 학원'도 생겼다.

한 학부모는 "비슷한 수준의 또래 친구들을 수소문해서 4~5명 팀을 짜면 70만 원짜리 농구과외를 10만 원에 시킬 수 있다."며 "토·일요일을 잘 보내지 않으면 경쟁에서 처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초교·중학생 자녀 2명을 둔 가정에서는 사교육비로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가계지출액(277만3천 원)의 1/3에 해당하는 83만 원 안팎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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