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앞두고 '장외 시청권' 논란

입력 2006-06-07 05:20:27

국제축구연맹(FIFA)이 영리적 목적을 위한 월드컵 경기 장외 중계시 방송권을 구입하도록 한 데 대해 누리꾼들이 우려를 표시하면서 월드컵 야외 시청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FIFA는 월드컵 중계권을 사들인 방송사 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야외 등에서 집단 시청을 할 경우 일일이 승인을 얻도록 했고 지상파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는 500만~5천만 원을 내도록 했지만 누리꾼들은 방송협회 홈페이지에 "거리 응원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격한 의견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집에서 보면 공짜고 밖에서 보면 5천만 원이냐"며 "상업적이지 않은 자발적인 거리 응원에서는 공익성이 더 고려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올렸고 또다른 누리꾼도 "회사 마당에서 직원들과 빔 프로젝트로 토고전을 보려는데 이것도 5천만 원 내야 하는 것이냐"며 어리둥절함을 표현했다.

일부에서는 "거리 응원에서 50원씩 100만 개를 걷어 방송협회 관계자들이 몇날 며칠 동안 직접 세게 만들자"거나 "길거리 응원 모습을 담는 방송사에 출연료를 요구하자"며 감정 섞인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리 응원과 야외 시청이 아예 불가능한 것이냐"는 일부의 오해와는 달리 FIFA와 방송협회는 장외 중계를 빌미로 영리를 구하는 경우 방송권을 구매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외 중계를 내세워 기업이 행사를 주최하거나 음식점 등이 프로모션을 목적으로 장외 중계를 할 경우 사전에 방송권 획득이 필요하다는 것.

서울시청 앞이나 상암월드컵경기장 등은 SK텔레콤 등에서 중계권을 지닌 방송사를 통해 방송권을 구매했기 때문에 대규모 거리 응원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체인은 방송3사와 업무 제휴를 맺어 영화관에서 응원전을 펼친다.

문제는 어디까지를 영리적 목적으로 볼 것이냐는 것인데 월드컵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두고두고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방송협회의 월드컵 중계권 대행을 맡고 있는 SNE는 최근 FIFA에 영리적 목적의 범위에 대해 질의했으나 구체적인 유권 해석을 받지 못한 상태다. FIFA의 권익이 침해된다고 생각된다면 문제삼겠다는 것. 이에 따라 방송협회도 어떤 경우에는 괜찮고 어떤 경우에는 안된다고 명확히 설명해줄 수 없는 입장이다.

김윤택 방송협회 기획조사팀장은 "비싼 돈을 내고 중계권을 구입한 방송권자 보호를 위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월드컵 집단 시청의 경우 방송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현재 장외 시청권과 관련해 협상이 진행되는 곳도 있으나 아직까지 계약이 맺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SNE의 김응수 대표는 "방송사들은 길거리 응원을 하면 시청률이 떨어져 광고 등에서 손해를 보는 데도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 대해 퍼블릭 뷰잉(Public Viewing) 권리를 구매해 길거리 응원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리 구매하지 않아 2002년 길거리 응원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올해 독일도 따로 비싼 가격에 계약을 했다는 것. 이번에도 방송협회를 통하지 않고 일일이 FIFA와 접촉해 장외 시청권을 얻으려면 훨씬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들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누리꾼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식당이나 호프집 등에서 자연스럽게 모여 중계방송을 보는 경우 일일이 장외 시청권을 요구할 수도 없을 텐데 논란이 가열될수록 FIFA의 주목을 끌어 오히려 누리꾼들의 시청권이 제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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