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두려움 갖고 제대로 야당 하라

입력 2006-06-06 11:22:39

한나라당이 어제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보수 인사 자문 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보수 성향의 학자들은 "이번 지방선거 압승은 2007년 대선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이 어떤 식으로든 변하지 않으면 꿈은 역시 꿈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충고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 대승하고도 그 다음 대선을 망친 한나라당이 모를 리 없는 조언이다. 문제는 잔뜩 몸을 낮추고 표정 관리에나 신경 쓰는 것으로 국민의 지지를 끌고 가겠다는 태도다.

국민이 한나라당에 몰표를 던진 데는 실정을 거듭하는 집권세력을 바로잡아 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야당 노릇 한번 제대로 하라며 여당의 두 배가 넘는 지지(전국 정당 득표율 54.5%)를 보낸 것이다. 무기력한 웰빙당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어제 홍준표 의원이 지적했듯이 론스타 금융 비리 같은 대형 사건이 터지면 야당답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는 주문이다.

한나라당이 여당의 무능에 기대 챙긴 반사이익은 일종의 불로소득이다. 힘 하나 안 들이고 주머니를 불린 불로소득은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세금을 물어야 하듯이,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의 대가를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국민이 표를 줄 때는 거저 준 게 아니다. 진정한 야성의 발휘와 함께 제1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민생정치를 하라는 얘기다.

민심은 표변한다. 한나라당이 비판받는 '수구꼴통'의 이미지를 그대로 둔 채 타성처럼 부작위(不作爲)의 정치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민심은 언제고 돌아선다. 대통령 탄핵을 막고 2년 전 열린우리당에 총선 과반의 승리를 안겨줬던 민심이 이번에는 홱 돌아서 그 당의 명줄을 거의 끊어 놓지 않았는가. 지금 한나라당은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시급한 것은 내년 대선이 아니고 자기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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