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숫집. 옆자리 아저씨가 동행을 상대로 자문자답하고 있었다. "세금(관세) 인상이 나라에 도움 되겠느냐 손해 되겠느냐?" "손해야. 경제학 교과서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이야기지. 그런데도 지금 정권은 그걸 몰라. ×××가 ××학교밖에 안 나와서 그런 거야."
○…5'31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정권을 심판했다"고 난리법석이다. 소위 전문가들이 그렇게 진단하고 여당이 지리멸렬하는 것으로 볼 때 사실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일률적 진단 탓에 그 못잖게 중요한 뭔가가 묻혀 버린 것 아닌가 싶은 공허함이 갈수록 커진다. 각 지방의 자치 일꾼을 뽑는 선거였는데 그게 잘됐는지 어쨌는지를 따지는 일은 왜 미미할까? 결국 '지방'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주객이 전도돼 버린 듯하다. 지방이야 어떻게 되든 정략적 이해에만 몰두하는 중앙 정치꾼들과, 역시 그 일원일지 모른다고 의심케 하는 주변 언론꾼들에 의해 '우리'가 '사기'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온 국민이 함께 걱정해야 할 국사가 하나둘이 아니다. 방금 협상이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그렇다. 그런데도 지금 온 국민이 송두리째 관심을 쏟는 것은 월드컵이다. 축구만 열심히 응원하고 있으면 세상 만사가 다 잘 풀려 가리라 믿어서일까? 방송'신문들까지 물들어 공범이 된 상업주의가 국민들의 혼을 빼놓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관련 캠페인이 그나마 우리의 건강성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지방선거 후폭풍과 월드컵에 휘말려 색깔이 바래진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오늘이 현충일이라는 사실이다. 멀리 한국전쟁까지 갈 것도 없이, 불과 4년 전 영웅이라 떠받들었던 서해 교전 순국자들조차 거의 잊혀 버렸다며 유족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꼴을 보는 것이 힘들어 아예 미국으로 떠나 산다는 어느 전사자 아내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다. 선열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없었고, 지금 그 희생을 기리지 않고서야 앞으로 나라를 부지하기 힘들 터인데도 이러고 있는 것이다.
○…정신 놓고 살아 어찌 앞날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까.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려 버리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라는 식의 선동가들에 휘말려 '우리' 앞날 망치는 꼴 되지 않도록 되살필 일이다. 나는 국숫집 아저씨와 뭣이 다를까?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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