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J는 요즘 칠판 글씨가 흐릿하게 보여 수업에 지장이 많았다. 엄마와 함께 안경점에 가서 시력을 쟀더니 양쪽 모두 0.2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니, 우리 애가 눈이 이렇게 나빴단 말이야?' 깜짝 놀란 엄마는 J의 안경을 맞추기로 했다. 안경사 아저씨가 "너, 근시가 생겼구나!" 하면서 안경알을 이것저것 끼워주니 갑자기 시력표의 글씨가 또렷하게 잘 보였다. J는 동그란 해리 포터 안경을 하나 맞춰 쓰고 집에 돌아오면서 무척 신이 났지만 엄마는 졸지에 안경쟁이가 된 아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다음날 안과에 가서 시력을 측정해 보니 J는 역시 안경을 벗으면 0.2 정도였지만 안경을 쓰고 보면 1.0까지 나왔다. "선생님, 우리 애가 안경을 꼭 써야만 되나요? 왜 이렇게 눈이 나빠졌죠?" 급한 마음에 엄마는 다그쳐 물었다. 선생님은 "글쎄요…. 일단 정밀검사를 해 봐야 알겠군요. 눈에 조절마비제를 넣고 굴절검사를 해 봅시다. 그러면 정확한 도수를 알 수 있거든요." 하며 J의 눈에 안약을 넣어 주셨다. 검사는 아주 간단했다. 안과 선생님은 활짝 웃으시면서 "J, 안경쟁이 안 해도 되겠는 걸. 너는 가성근시란다." 하셨다.
'가성근시'란 원래는 근시가 아닌데 컴퓨터 같은 가까운 물체를 너무 오랫동안 본 결과 눈의 조절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돼 근시처럼 되어 버리는 상태를 말한다.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물체는 잘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근시인 경우에는 오목렌즈 안경을 껴야 하지만 가성근시의 경우에는 안경을 쓰지 않거나 약한 원시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잘못된 판단으로 근시 안경을 쓰게 되면 눈이 진짜 근시 상태처럼 굳어버리는 것이다.
가성근시에서는 조절마비제를 눈에 넣어 마비된 조절근육을 풀어주면 시력이 바로 1.0까지 좋아질 수도 있고, 낮은 도수의 원시 안경을 착용하면 시력이 점차 좋아져서 결국에는 안경을 벗고 1.0까지 훤히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시력이 좋아질 아이에게 엉뚱하게도 근시 안경을 쓰게 해서 영원히 근시가 되도록 만든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엄마 몰래 신나는 컴퓨터 게임을 몇 시간이고 계속하는 아이들이나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느라 책을 오랫동안 봐야 하는 학생들이 갑자기 시력이 많이 떨어진 경우 그냥 단순히 근시가 생겼다고 하면서 바로 안경을 맞출 것이 아니라 혹시 가성근시 현상은 아닌지 안과에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컴퓨터나 책 등의 가까운 물체를 오랫동안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눈이 침침해지고 피곤해지는 것을 누구나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오직 눈을 위해서 현대인의 필수품인 컴퓨터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또 학생이 공부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떡하면 좋을까? 사실 뾰족한 방법은 없다.
하지만 컴퓨터나 책을 1시간 정도 볼 경우 반드시 멀리 있는 나무나 아파트 건물 같은 것을 5분, 적어도 1분 정도 바라보면서 우리 눈의 조절근육을 풀어 주는 것이 좋다.
이제 J의 시력은 요술처럼 1.0이 되었다. 엄마는 안과에서 정밀검사를 받아 보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며 말했다. "요 녀석, 너 이제부터 컴퓨터 게임은 1시간 이상 절대 안 돼! 그리고 컴퓨터 하고 나면 1분 이상 앞산 바라보기, 알았지?"
김숙영(대구가톨릭대학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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