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왜 참패했을까?
실정(失政)으로 민심을 잃었다는 식의 분석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지기반이라고 내세울 만한 '자기 땅'이 변변치 않았다는 측면도 고려돼야 할 것 같다.
사실,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새천년민주당에서 뛰쳐나와 창당했던 만큼 이 지역을 놓고 서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여서 태생적으로 땅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2004년 총선 때는 대통령 탄핵사태 등에 힘입어 민주당을 제칠 수 있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 등 여러 악재 때문에 처지가 뒤바뀌었다. 그나마 전북지역, 특히 전북도지사와 전주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정동영 전 의장의 텃밭으로 꼽히는 곳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충청지역에서는 지난 총선 때만 해도 이곳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의 세가 약화됐던데다 대통령 탄핵사태와 수도이전 공약까지 약발을 받아 거의 휩쓸었으나 이번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텃밭도 아닌데다 유권자들을 끌어안을 공약이나 이슈 등도 별로 없었던 반면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영남권이나 강원·수도권도 전통적인 지지기반이 아니기는 마찬가지였으며 특히, 영남은 한나라당의 텃밭이기에 선거가 더욱 어려웠다.
민주당의 경우 이번 선거를 통해 고토(故土) 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주시장·전남도지사 선거에서 이기는 등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전남지역을 상당 수준 되찾았으며 전북으로 세를 확산시킬 수 있는 토대까지 마련했다.
한나라당도 텃밭인 영남권에서 건재함을 재확인했다. 게다가 현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에다 박 대표 피습사건이 호재로 작용, 수도권과 강원·충청권도 거의 휩쓸었다. 물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은 난공불락일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총선에 비해 당세가 약화됐다. 지지기반으로 꼽을 만한 땅이 없는 처지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한나라당의 텃밭은 이전보다 공략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중심당은 충남권을 기반으로 창당, 몇몇 기초단체장 자리를 차지했지만 텃밭이라고 내세우기에는 힘이 달리는 것 같다.
이처럼 우리 정치는 여전히'땅 따먹기 판'이다. 각 당의 지지 기반이 지역별로 나눠지며 이를 토대로 다른 지역을 겨냥해 세를 확산해 가는 식으로 굴러간다는 뜻이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각 당 혹은 세력 간의 연대설이 무성해지고 성사되기도 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호남과 충청이 합세했던 1997년 대선 때의 DJP 연합은 정권까지 차지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판을 접을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를 거슬러 득을 본 정당을 꼽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당과의 합당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다. 결국, 지역주의 청산이라는 정치권의 외침은 한낱 수사(修辭)에 불과한 것이다.
서봉대 서울정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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