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 글래스고 훈련 '마무리'

입력 2006-06-06 07:49:24

'평가전은 잊어라. 토고전에 맞춰 계속 전진하라'

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머레이 파크.

아드보카트호가 1차 베이스캠프 글래스고에서 마지막 훈련을 소화했다.

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3인의 태극전사들을 그라운드 중앙에 원형으로 빙 돌려세워 놓고 5분 가량 '훈화'를 했다.

통상 훈련 시작 전에는 1분 정도 짧게 코멘트한 뒤 곧바로 연습이 시작되지만 이날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전날 에든버러에서 열린 가나와 최종 평가전에서 1-3으로 완패한데 따른 팬들의 실망감이 컸고 선수들도 자칫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 있는 시기란 점을 아드보카트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감독의 말이 끝나자 주장 이운재(수원)가 "자! 다들 잘 해보자, 파이팅!"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운재는 "감독님이 평가전은 빨리 잊어버리라고 했다. 그리고 본선 첫 경기 토고전에 맞춰 계속 순항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태극전사들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전날 격전을 치른 직후라 이천수(울산), 김진규(이와타), 이호(울산)는 훈련에 참여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됐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FC서울), 김영철(성남), 이영표(토튼햄) 등 전날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들은 압신 고트비 코치와 함께 그라운드를 돌았다.

안정환(뒤스부르크),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김동진(FC서울), 설기현(울버햄프턴) 등 13명은 홍명보 코치와 함께 7대7 미니게임을 했다.

회복 훈련을 하는 시점이었지만 훈련 강도는 단순히 회복 차원이 아니었다. 몇몇 선수들이 숨을 헐떡거릴 정도로 강도가 셌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볼 뺏기를 하는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직접 볼을 찼다.

글래스고에 온 뒤로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다.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독일 입성을 눈앞에 둔 시점이라 어딘지 모르게 결의에 찬 눈빛이었다.

아드보카트호의 마지막 글래스고 훈련은 지난 달 28일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와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달라진 게 없었지만 분명한 건 벌써 시간이 열흘이나 흘렀고 이제 남은 기간은 일주일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운재는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고 월드컵 개막이 늦춰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오는 13일 토고와 본선 첫 경기까지 남은 시간에 어떻게 하든 최상의 경기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상 과제가 태극호 앞에 놓여있다는 말이다.

태극전사들은 굵은 땀방울을 훔치며 버스에 올랐다. 글래스고 힐튼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시 해가 뜨면 여장을 챙겨 '결전의 땅' 독일로 날아간다.

그들에게는 이제 더 이상 뒤돌아볼 수도, 뒤볼아봐서도 안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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