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손학규, '박근혜 대세론' 발목잡기(?)

입력 2006-06-05 11:16:53

다음달 11일 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에 대선후보 선출 관련 당헌 개정 여부 및 전대 성격과 방식 등을 놓고 다양한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후보 선출 시기 논란=우선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선 6개월 전에 뽑도록 돼 있는 대선후보 선출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 당내 미묘한 파문을 낳았다. 지난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 대선 후보를 대선일 6개월 전에 선출하도록 규정한 당헌·당규와 관련해 "(후보선출 시기가) 너무 이르다. 관련 당헌·당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

때마침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가까운 심재철(경기 안양동안을) 국회의원도 지난 4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후보 선출시기를 대선 3, 4개월 전으로 늦춰야 한다."며 이 시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당 혁신위 안을 토대로 마련된 대선 후보 선출시기를 놓고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인 이 시장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이 시장 측은 "한나라당 후보가 조기에 가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일 뿐"이라고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박 대표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방선거 완승과 피습 사건 등으로 대세를 타고 있는 입장에서 대선 후보 선출 시기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손 도지사 측은 대선 후보 선출 시기와 선출 방법 모두 고민해 봐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규정 중 여론조사 반영 비율(20%)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전대 성격과 방식 논란=전대 자체를 둘러싼 얘기도 다양한 통로를 거쳐 흘러나오고 있다.

'대권주자 간 대리전이 돼선 안된다.', '구시대적·좌편향적 인물은 안된다.'는 등의 주장이 고개를 드는가 하면 대선후보 선출시기 및 방식 재검토, 당대표와 대선주자 간 역할 조정 등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백가쟁명(百家爭鳴)'은 전대 출마 의사를 간접 표현한 '애드벌룬' 성격 또는 대선주자 간 '샅바싸움'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당내 각 계파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수요모임은 7일 회동을 갖고 바람직한 전대방향을 논의한 뒤 당내 초선의원 모임 등과 입장 조율을 거쳐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중도성향 의원모임인 푸른모임도 9, 10일 원주 문막에서 워크숍을 열어 전대 문제를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전대와 관련해 가장 일반적인 목소리는 전대가 유력 대권후보인 박 대표와 이 시장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돼서는 안된다는 경계론이다. 대리전이 되면 한쪽이 조기에 상처를 입어 대권플랜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소장개혁파의 리더격인 원희룡 최고위원은 "과거처럼 대선주자들의 대리전이나 줄세우기 경쟁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에게 당무와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있다. 대선주자들이 상임고문의 직책만 갖고 당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경우 언론에 등장하는 횟수가 줄면서 '이미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일부 대선주자 진영에서는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2년으로 돼 있는 지도부의 임기를 단축하자는 주장도 편다. 대선 이후 낙선자들의 활동공간을 미리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대 출마 예상자가 줄잡아 30여 명에 달하는 가운데 물밑에서는 전대 출마시의 당선 가능성과 패배시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재오(당대표·이 시장계)-김무성(원내대표·박 대표계)' 투톱체제가 가장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를 통한 대세론에 기대를 걸고 있는 박 대표와 이를 막으려는 이 시장, 손 도지사의 힘겨루기가 서서히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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