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우리당, 반성 없고 위기감만

입력 2006-06-05 11:19:12

5·31 지방선거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며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일시적 처방 마련 및 백가쟁명식 논쟁에만 치중하고 있어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5·31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쏟아졌다. 당 의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국민의 뜻이라면 당을 없애라는 명령도 따라야 한다."며 '당 해체론'을 제기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김두관 최고위원은 "선거 참패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만 있고 지난 선거에서 '왜 참패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했다." "국민들은 기회를 줬는데 독선적이고 오만하고 위선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자성론이 있었지만 발언의 파장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하지 않아 수면밑에서만 맴돌고 있는 처지다.

반대로 향후 진로와 관련해선 고건 전 국무총리와 연대 강화 및 '대통령 탈당론'이 강하게 다시 일어날 기세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과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외연 확대 주장은 갈수록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결국 최근의 여당 논의는 뭘 잘못했는지는 모른 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만을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여당 모습을 '난파선 위에서 승객의 안전은 외면한 채 '언제 어떻게 먼저 뛰어내릴까'를 놓고 고민하는 승무원들의 모습'과 합치시키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유일하게 대국민 성명을 통해 반성한 정동영 의장의 발언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못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기대"를 호소한 정 의장의 발언을 놓고 '왜 못난 자식이 됐는지 진심으로 과오를 깨닫고 새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는 것.

오는 7일 당 수습책을 놓고 열릴 예정인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회의적이다.우상호 대변인은 릴레이 회의에 대해 "향후 수습 방안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주는 열린우리당이 그동안의 선거패배 과정에서 나타난 많은 충격과 어려움을 딛고 빠르게 수습하는 한 주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장미빛 플랜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어떤 수습책도 정확한 패인분석 없이는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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