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는 한마디로 다수 국민이 집권세력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는 국민이 없다. 한 여론조사는 국민의 80% 이상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참패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여당도 '정권에 대한 심판' '정권에 대한 탄핵'으로까지 규정하며 대통령의 공동 책임을 사실상 추궁하고 있다. 상황은 이런데도 노 대통령은 "선거에서 패배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 같은 발언에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묻어나지 않는다. 그의 말은 선거야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투다. 물론 완전히 틀린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2년 전 총선에서 과반수를 넘겼던 열린우리당이 이번에 3등으로 추락했다면 자기반성부터 나와야 마땅한 것 아닌가. 민심이 왜 확 돌아섰는지, 국정운영 방식과 정책 추진 방향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국민 앞에 깨닫거나 되돌아보는 자세를 보이는 게 정상이고 도리인 것이다.
그는 고작 캐나다의 멀로니 전 총리를 역할 모델로 꺼내, 마치 자신도 당대에는 인기가 없는 정책으로 고전하지만 결국 민심은 돌아설 것이라는 식으로 자기확신을 내비쳤다. 민심 이반은 오로지 '수준 낮은 국민 탓'인 것이다. 사실 '남 탓 정치'는 하도 많이 보아 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놀랄 것도 없다. 단지 국민을 원망하고 국민과 대결하려는 듯한 대통령이 낯설지 않은 현실이 서글플 따름이다.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입맛대로 해석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대통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주로 '보고서 민심'에 의존해 왔다. 직접 민생 현장을 돌아보는 일이 없으니 국민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열린우리당이 선거 현장에서 얻어터지며 체득한 '피부 민심'에 마음을 열길 바란다. 진정 겸허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