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호 피랍 두달…선원들 피로감

입력 2006-06-03 09:02:20

원양어선 제628호 동원호가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소말리아 머린'이라는 현지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지 4일로 꼭 두 달째를 맞는다.

그러나 최성식 선장을 비롯한 한국인 8명과 인도네시아인 9명, 베트남인 5명, 중국인 3명 등 선원 25명에 대한 석방협상이 지지부진해 선원들의 안전과 건강은 물론, 피랍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선원들은 무사"…피로감 증가=2일 현재 한국인을 포함, 동원호 선원 25명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동원호 최성식 선장은 거의 매일 국내나 동원수산 측 협상팀으로 전화를 걸어 자신은 물론 선원들의 안전을 알려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1일에도 전화로 선원들의 무사를 확인했으며 일부 선원들은 때때로 국내에 있는 가족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해오고 있다.

선원들은 대체로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으며 납치범들도 선원들에게 적대감을 보이거나 폭력적 행동을 하지는 않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선원들은 지난 4월 4일 피랍 이후 거의 두 달 가까이 배안에서 억류된 생활을 하면서 극도의 피로감과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선원들 가운데 일부가 말라리아 증세로 의심되는 고열을 호소해 동원수산 측이 요로를 통해 약을 전달한 바 있어 피랍 장기화로 선원들의 건강이 우려되고 있다.

◆석방 협상은=동원호 선원들에 대한 석방협상은 동원수산 측이 주도하고 외교부가 외곽 지원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동원수산 측은 케냐 등에 협상팀을 보내 납치단체인 '소말리아 머린'과 계속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는 소말리아 과도정부는 물론, 주변국 등을 통해 선원들의 조기석방을 위한 외교채널을 총가동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지난달 23일 관계 부처 국장급은 물론, 동원수산 측이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연 바 있으며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공항에서 알리 모하메드 게디 소말리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선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 석방협상은 한마디로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일 "불안속에 고통을 겪고 있을 선원들과 가족들, 국민 여러분에게 피랍 발생 두 달이 다 되어 가도록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현재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는 최대 장애는 납치범들이 합리적인 협상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납치범들이 선원들의 '몸값' 등 석방조건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답답함을 느낀 정부는 피랍 선박의 석방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영국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소말리아 머린'은 납치단체 중에서도 다루기가 가장 어렵고 내부의 의견충돌로 석방협상에서 합의를 봐도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들 전문가는 이에 따라 "협상을 절대 서두르지 말고 무력위협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선원들의 조속한 무사귀환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인내심을 갖고 협상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또 납치단체 역시 선원들의 장기간 억류에 따른 인적, 물적 경비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버티기'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그동안 발생한 피랍사건의 경우 사건 해결에는 통상 1∼5개월이 걸렸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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