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박

입력 2006-06-03 05:09:50

도박/ 거다 리스 지음·김영선 옮김/ 꿈엔들 펴냄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음은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도박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을 것이라는 증거는 천지창조에 관한 여러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 제우스, 하데스는 주사위 게임으로 세계를 분할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국경은 두 명의 왕이 주사위 게임을 해서 결정했고, 그 결정은 신의 손에 의해 승인됐다.

기독교에서는 도박을 해악으로 보지만 구약성서 곳곳에도 이런 모습이 언급돼 있다. '민수기'에는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오직 그 땅을 제비 뽑아 나누어…그 다소를 물론하고 그 기업을 제비 뽑아 나눌지니라."(26장 52~56절). 이스라엘 민족이 제비뽑기로 가나안 땅을 분할했다는 내용이다.

태초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한 것이 바로 '도박'임을 보여주는 증거들. 현대의 학문, 특히 경제학에서도 '게임이론'은 물론 투기적 경제 현상 등에서 도박과 관련된 흔적을 다분히 찾아볼 수 있다. 독일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직장에서, 학교에서, 술집에서 '누가 이길지' '우승은 누가 할지' 등 다양한 주제로 내기를 할 것이다.

강원랜드에는 일확천금을 노리며 도박에 인생을 건 사람으로 넘쳐난다. '세 사람만 모이면 판을 펼친다.'고 할 정도로 도박은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불확실성과의 투쟁'으로 정의되는 도박의 영역은 보험으로까지 확대적용된다.

지은이는 '소수의 도박 중독자'의 폐해보다는 '해가 없는 투기'라는 시각에 더 점수를 준다. 그래서 논의에서 배제된 대다수의 도박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지은이는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연구했다. 도박자의 경험에 관한 기존의 보고서들(상습 도박자였던 위대한 문학가들의 작품 통찰 등)을 활용하고, 마술적 세계관에 관한 개념들을 되살려 우연의 세계 내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물인 책의 전반부에서는 다양한 도박 게임의 발전 과정에 대한 문화사를 다루고, 여러 게임이 행해졌던 사회적·경제적·지적 풍토와 도박자의 사회적 계층화, 그리고 역사적으로 다양한 용어를 동원해 도박을 불법화하려고 한 시도들을 논의한다. 3장에서는 오늘날의 다양한 도박 게임을 개별적으로 살펴보기도 한다. 후반부에서는 논의의 초점을 개별 도박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성으로, 그리고 개별 도박자의 경험과 사고 체계로 옮겨 분석하고 있다.

지은이는 에필로그에서 '이러한 우연의 세계 내에서, 도박의 추구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면을 드러낸다.'고 적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인간 활동의 영역은 호모 알레아토르(homo aleator), 즉 '도박의 인간'을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