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조용하던 남편에서 응원전 투사로

입력 2006-06-03 05:20:00

저희 남편은 말없기로 유명한데다 웬만해선 흥분도 잘 안 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든 국민이 한마음이 되던 지난 2002월드컵 때 저나 남편도 좀 많이 흥분했거든요. 그때 온 거리는 붉은색 셔츠에 태극기에... 난리가 났지요.

밤이 되어도 크략션으로 " 빵~, 빠빠빠... "하며 응원가를 부르고 야단이었답니다.

그런데 그때 응원용품 하나 없이 응원하던게 좀 그랬던지, 이번에 월드컵이 다가오자 갑자기 어느 날 태극전사 응원수건을 사오더군요.

그 수건을 저희 아이가 목에 두르고 한참을 놀다가 학교에 가져가서 쓰겠다는 겁니다.

그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또 어디서 구했는지, 붉은 악마가 새겨진 수건을 식구수대로 사오더군요.

그 다음날은 월드컵 티셔츠, 또 다음날은 월드컵 응원봉...

뭐 대표선수를 응원한다 월드컵이 어떻다 말은 절대로 안 하는데 계속 응원용품을 사오는 남편을 보면 너무나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이렇게 하나 하나 월드컵 응원용품을 사오다가 마침내 어제는 태극기가 그려진 가방고리를 사오더니 자신의 가방뿐 아니라 아이들 가방에도 다 달아두는 겁니다.

남편의 말없는 응원, 정말 알아줄 만 하지요? 대표선수들 힘내세요. 사랑해요. 화이팅!

차수희(대구시 북구 읍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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