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참패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 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 했다. 대통령이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발언이다. 전국에서 분출한 성난 표심은 '노무현 식 정치'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라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이제까지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 혼자서만 기존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은 여전히 민심의 흐름을 역류하겠다는 것인가.
지금 민심의 바닥에는 "서민, 서민하면서 서민 경제를 다 죽였다"는 정부 불만이 들끓고 있다. 세금은 무거워지고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아우성이다.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 분노가 열린우리당 총 득표율 21.2%로 드러난 매서운 응징이다. 이 정권이 추구하는 이른바 '이 대 팔 정치'는 국민을 편 갈라 상위 20%에게 세금을 더 물려 하위 80% 지지를 얻겠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국민의 반응은 완전히 정반대로 나타났으니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선거 결과는 이 정권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를 양극화라는 이름으로 선명하게 편 갈라 놓은 것들이 외면당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서민을 위한다며 들고 나온 세금과 부동산 정책을 대표적인 선거 패인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이게 민심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니, 그의 민심 수용 언급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할 때마다 민심 수용을 공언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인가. 아직 1년 9개월이 남은 대통령에게 박수받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민심을 있는 그대로 읽고 따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