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경북 민심, 한나라당 정서 '균열' 보였다

입력 2006-06-02 10:38:07

이번 5·31 지방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경북의 민심은 어떨까?

지역 정가는 한나라당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대구와는 사뭇 다르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정서에 균열이 일었다는 지적이다.

대구는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의원까지 모두 승리했다. 득표율도 60~80%대를 보여 한나라당 정서가 더욱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그러면 경북은?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는 광역단체장 1석, 기초단체장 23석 중 19석, 지역구 광역의원 50석 중 47석 등 총 74석 중 67석을 차지, 대구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는 대목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 경북도당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그리 편치 않다. 반(反 ), 비(非) 한나라당 정서가 예상밖으로 강했으며, 향후 대권을 생각하면 심각한 양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표 결과 기초단체장의 경우 한나라당은 김천, 영천, 상주, 군위, 의성, 청송, 영양, 고령, 봉화, 울진, 울릉 등 절반에 가까운 11곳에서 열린우리당 및 무소속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그 결과 4곳에서 패배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이긴 곳도 2등과 득표율에서 1~6%포인트 차이만 날 만큼 무소속 및 열린우리당 후보의 지지도가 만만찮았다.

울진군수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김용수 후보와 열린우리당 신정 후보 간의 격차는 단 1%포인트 차였다. 청송의 한나라당 윤경희 후보, 영양의 권영택 후보, 상주의 이정백 후보, 영천의 손이목 후보 등도 경쟁 후보와 2~3%포인트 차의 근소한 승리를 거뒀다.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 등을 여유있게 따돌린 지역은 포항, 경주, 안동, 구미, 경산, 문경, 청도, 성주 등 7곳 정도에 불과했다.

광역의원 선거도 전체 50석 중 3석은 무소속이 차지했다. 또 나머지 47석 중 14석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등 경쟁후보 간 지지도 차는 1~10%포인트 안팎에 그쳤다.

지역 여론조사기관들은 "경북의 표밭이 더 이상 한나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선거에서 증명됐다. 도민들은 한나라당의 밀실공천, 지역에 대한 무관심 등을 표심으로 나타냈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도 허용하지 않았다."며 "대권 정국에서 한나라당을 다시 한 번 지켜보겠다는 표심이다."고 분석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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