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그 후…] ②이제는 대선이다

입력 2006-06-02 10:57:19

"이제는 대선이다."

5·31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여야의 관심은 내년 대선 정국으로 급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사상 최악의 결과를 낸 여권에서는 선거 결과에 대한 반성을 찾기 힘들고, 한나라당에서는 선거 압승에 대한 자축 분위기를 찾을 수가 없다. 그만치 내년 대선에 대한 긴장감이 정계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구·경북 정치권의 긴장도는 더한 것 같다. 특히 한나라당 재집권에 목을 매고 있는 대구·경북 정치권 분위기는 아예 싸늘하기까지 하다. 광역과 기초할 것 없이 모두 석권하다시피 했으면 여간 떠들썩할 일이 아닐텐데 그런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1일 한나라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당선자 대회와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 흔한 꽃다발 하나 제대로 찾아 볼 수 없이 평범한 행사로 막을 내렸다.

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일까?

한나라당 대구시당 측은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6개월 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제 그 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중앙당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 압승을 이끌어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일 선거 후 처음으로 가진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결코 여기서 안주하거나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중앙 지방 할 것 없이 지방선거 승리로는 양이 차지 않는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지방선거 결과와 대선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지난 1998년 이후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는 물론, 각종 재보궐선거 등 '전투'에서 늘 이겨왔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11곳을 석권하는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전쟁'은 늘 한나라당을 외면했다. 한나라당에게는 작은 승리는 큰 패배에 앞선 '징크스'로 여겨질 정도가 됐다.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위한 여권의 전략은 집요했다. 대선 승리를 코앞에 두고 여권의 결정적인 네거티브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퍼부어진 '공작'은 한나라당을 거의 무력화시켰다.

이처럼 연속되는 패배는 '여당 같은 야당'이라는 한나라당의 체질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뻔히 쳐다보면서도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전투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야당 체질로의 변화'를 수도 없이 주문받았지만 한나라당의 변화는 더디기 그지 없었다.

한나라당의 이런 체질적 한계에 대한 지적은 이번 지방선거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 후에도 당내에서는 "과연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을까?"라는 패배의식이 적지 않다. 게다가 여당 후보와 달리 당 소속 대권주자들이 완전히 노출된 상태여서 막상 선거전에 돌입하면 쉽게 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조직과 정보, 돈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여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나라당 분위기와 달리, 현 정권 실정에 대한 민심 이반은 내년 대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이 무능한 정권과 여당으로부터 반사이득을 챙긴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현장을 다녀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정권 교체에 대한 희망이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민심을 어떤 식으로 끌고 가느냐는 정치권의 온전한 책임일 수밖에 없다. 선거 후 이명박 서울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표나 나나 경선에 승복하지 않고 둘로 쪼개지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 역시 선거 전 관훈토론회에서 당내 대선후보 경선 승복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과가 정권 교체를 위한 민심의 경고였다면 정치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명할 수밖에 없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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