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열린우리당의 처참한 패배로 끝났다. 예상대로 한나라당의 압승이다. 집권 여당이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고작 한 곳만 건진 것은 지방선거 사상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예상을 뛰어넘는 사건이다. 기초단체장 230곳에서도 여당은 겨우 19곳에서 이겼을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패배의 표차가 더블 스코어 이상인 지역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싹쓸이를 미리부터 두려워한 여당이지만, 그 같은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한 데 대해 혼이 빠져 있다. 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이 정도까지 극심하다는 사실에 개표 결과를 지켜본 국민들조차 놀라고 있으니 여당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국민의 마음이 돌아서도 보통 돌아선 게 아니다. 참여정부 3년에 대한 성난 민심이 전국에서 봇물처럼 터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리 중간평가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몸을 빼도, 국민이 투표장에서 던진 표심은 이 정권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다. 집권 3년간 이 정권이 보여준 오만과 독선, 갈등과 분열의 정치, 민생경제 파탄, 국정의 무능과 아마추어리즘, 정치노선 혼선에 대한 심판이라 할 수 있다. 여당이 이름값을 못했다는 준열한 매질인 것이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암담한 상황에 처했다. 선거 민의를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말 외에는 수세에 몰린 정국의 앞날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모르겠다. 자신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행정수도 이전의 대전'충청 지역마저도 패배했으니, 그는 형식상으로 유일하게 지사 당선을 낸 전북을 빼고는 지지 지역이 없어진 셈이다. 민주당을 깬 자업자득이다. 여기에 부동산 문제, 세금 인상, 일자리 부재, 이념 갈등 문제로 거의 대부분 계층과 세대에서 인심을 잃었다. 선거 결과가 그걸 말하고 있다. 그의 임기는 아직도 1년 반이 더 남았는데 말이다.
전국의 민심이 이와 같으니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이 휩쓴 것을 두고 종전처럼 지역주의 광풍이라 몰아붙이기가 어색해졌다. 이 지역 역시 이 정권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다른 지방 이상으로 센 한나라당 지지를 더욱 굳어지게 한 데다 선거 중간에 터진 박근혜 대표 피습이 표심을 자극한 것이다. 그 결과가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에 대한 압도적 지지이며, 기초단체장 31곳(대구 경북) 중 27곳 승리다.
한나라당의 싹쓸이 바람 속에 당선한 사람들은 반드시 인식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당의 지지를 자신의 인기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 한나라당의 공천이 아니었으면 당선 근처에도 못 갔을 인물이 그리 적다고 할 수 있겠는가. 특히 단체장은 그걸 분별하지 못하면 자칫 오만과 전횡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이 지역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10년 이상 석권하면서 겪은 경험의 나머지다.
어쨌든 이 지역의 향후 4년 살림살이를 한나라당이 또 맡았다. 지난날 대구시와 경북도가 보인 무기력과 과오를 몰라서가 아니고,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 당선자는 민심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두 당선자 모두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그에 거는 주민의 기대가 태산같다. 기초단체장들 또한 자신이 내건 공약을 반드시 지켜 지지에 보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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