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전의장 특별기고)盧 더이상 욕심은 'NO'

입력 2006-06-01 09:40:58

"민심은 천심이다."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예측대로 참패하고 말았다. 민심이 정부 여당을 완전히 떠난 것이다.

이는 대구·경북지방에 국한된 것이 결코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경남에서도 여당은 참패하지 않았나!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정부 여당의 실정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여당이 왜 이리 참담하게도 대패했을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고 분명하다. 국민의 믿음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경제정책의 실패와 중과세 조세정책으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이고, 다음으로는 국론 분열과 코드정치로 인한 사회분열상을 꼽을 수 있다.

또 당·정·청의 알력으로 정책 일관성이 결여됐고, 정부 여당의 책임자들 말이 많아 오히려 정국을 혼란케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점을 들 수 있다. 서투른 외교와 국민의 동의 없는 퍼주기식 북한 지원 등 시행착오도 주요 패인이다.

이제 정부 여당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마음으로부터 참회해야 한다. 진실로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남의 일처럼 애써 외면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정부 여당은 이대로 국정을 끌고 갈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열린우리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 여당은 근본적인 당 개편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다만 당을 어떻게 살리느냐를 우선으로 하는 것보다는 나라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의 욕심을 버리고 남은 임기 동안 말없이 조용히 하던 일만 마무리지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행여나 다음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무리한 일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독선과 아집을 버릴 것을 촉구한다. 필사즉생의 각오로 새출발한다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여당은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재결집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이 나라 경제 발전과 국제적 지위 향상을 이룩한 산업화 세력을 무시하고 배척함으로써 오늘과 같은 선거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통합을 통한 국민적 에너지 결집 없이는 이 나라 경제 회복은 물론 한국의 선진화도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한나라당도 지방선거 대승에 만족하거나 오만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한나라당의 가장 중요한 금기사항은 바로 '오만'이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하고서도 대선에서 실패한 것은 바로 오만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이번에 많은 유권자들이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한나라당을 미래의 유일한 대안 세력으로 믿고 지지했다기보다는 '열린우리당이 미워서 반사적으로 지지한 것'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이제 한나라당은 더 이상 여당의 실정에 대한 반사적 이익에 만족하거나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이제부터라도 한나라당은 수권 태세를 갖추고 국민이 믿고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는 정책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여러 면에서 야당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언론기본법의 찬성, 빚내서 북한을 지원하는 국채발행 동의, 행정복합수도법안 표결시 국회에서 보인 당의 난맥상, DJ 방북에 대한 애매한 태도, 여당의 중과세 정책에 대한 소극적 태도 등 수없이 많았으나 국민들은 이를 눈감아줬다.

앞으로는 한나라당이 수권 태세를 갖춘 정당으로 발전할 것인가를 국민들은 예의 주시할 것이다. 만일 한나라당에 대선후보 문제로 내분이 일어난다면 국민들의 호된 심판을 받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고 했다.

민심을 천심으로 알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당은 살아 남을 것이고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정당은 망할 것이라는 교훈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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