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병대 이라크 양민학살 파문 확산

입력 2006-06-01 07:09:11

은폐 의혹..임산부 피살사건 겹쳐 일파만파

지난해 11월 이라크 하디타 마을에서 숨진 주민 24명은 당초 미 해병대 발표처럼 노변폭탄에 희생된 게 아니라 해병대원들에게 무고하게 살해됐다는 증거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기를 낳기 위해 병원으로 가던 이라크인 임산부가 미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 미군의 만행에 대한 이라크인의 반미감정이 극에 달하고 미국내 반전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미군 수사당국의 잠정 조사결과를 인용, "시신들을 부검한 결과 노변폭탄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총상들이 발견됐다"며 해병대측의 사건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하디타 학살이 아부 그라이브 수감자 학대를 능가하는 파문을 일으키며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정책 실패를 상징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 집권후 최악의 위기국면에 빠져 있는 부시 행정부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과 논의했다고 전제, "명예를 존중하고 전쟁규칙을 이해하고 있는 해병대가 누구보다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만약 위법한 사실이 있으면 처벌이 있을 것"이라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또 "만약 이러한 주장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해병대는 '자긍심의 문화가 보다 강화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며 법을 위반한 자들이 있다면 처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앰네스티 미국지부 래리 콕스 소장은 "만약 이번 양민학살 의혹사건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전범(戰犯) 차원에서 다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 합참실 카터 햄 준장은 "사건의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이런 의혹들은 미군의 작전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지난 2,3월 그레고리 와트 대령이 주도한 하디타 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첫 조사 때 숨진 주민 대부분이 머리와 가슴 총상 때문이라는 사망증명서들이 확보됐다고 보도했다.

이 조사에선 해병대가 희생자 유족들에게 총 3만8천달러를 보상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보상금은 희생자 15명의 유족에게만 지급됐으며 나머지 희생자에 대해선 여전히 적대행위를 했기 때문에 사살된 것으로 간주, 보상금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미르 알 수마이다이에 신임 주미 이라크 대사는 CNN 인터뷰에서 하디타 마을에서 자신의 가족도 일부 미 해병대원들에게 피살됐다면서 이번에도 불필요한 살해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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