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선고 김우중 씨의 빛과 그림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징역 10년, 추징금 21조 4천484억 원, 벌금 1천만 원의 중형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어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과 구형량을 대부분 인정했다. 선고 공판을 앞두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을 들어 선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었음에도 재판부는 엄벌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씨는 경제개발시대 척박한 환경에서 불 같은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재계 서열 2위의 재벌그룹을 일구어냈다. '세계 경영'의 깃발을 세계에 날리며 왕성한 물산과 수출로 국가 경제 발전에 부인 못할 공헌을 했다. 또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인재를 키우며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출해냈다. 재판부도 "남다른 근면함과 열정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점은 상응하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가 그룹을 부도로 몰아넣으면서 끼친 막대한 해악은 그의 공로를 무색하게 했다. 금융기관, 투자자들의 피해와 수많은 직원, 협력업체의 실직과 어려움이 있었고 무려 29조 7천억 원이 투입된 공적자금은 그대로 국민의 부담이 됐다. 또 대외신인도 하락과 국가 이미지 추락을 불러왔다. 국가와 국민을 수렁에 빠뜨릴 수 있는 중범죄에 대한 중벌은 마땅하다 할 것이다.

김 씨의 불행한 파국이 분식회계'사기대출 등 과거의 잘못된 기업운영에 종지부가 돼야 한다. 투명하고 밝은 경영으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세계적인 기업가가 탄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김 씨가 절정기에 쓴 저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남긴 "어떤 일이든 마지막 판단은 경영자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 때이다"라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