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 공휴일 지정 '약이냐 독이냐' 논란

입력 2006-05-31 10:24:42

선거일의 임시 공휴일 채택을 둘러싸고 '약이냐, 독이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쪽에선 "공휴일이 되면서 오히려 젊은층을 투표소에서 더 멀어지게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데 반해, 다른 한 쪽에선 "정치적 무관심이 높은 우리나라 경우, 선거일이 공휴일이어서 그나마 이 정도 투표율도 나오는 것"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31일 오전 대구 동구 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직장인 김형진(32·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친구들 대다수가 덤으로 생긴 휴일을 야외에서 즐기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떠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또 "투표일을 공휴일로 하면서 많은 사람이 투표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보다 오히려 놀거나 쉬는 날로 삼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구의 한 선관위 공무원도 "선거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선거일을 공휴일로 정한 것이 오히려 젊은층을 배제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더 큰 느낌"이라며, "아예 평일 날 투표를 하되 이 날만큼은 모든 직장의 근무시간을 축소해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는 방법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선거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나라는 드문 사례라고 했다. 미국은 평일을 투표일로 삼고 있고, 일본과 유럽 대다수 국가도 일요일에 선거를 실시, 투표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국가는 찾기 힘들다는 것.

이와 관련, 주부 권옥순(44·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는 "평일에 투표하러 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며 "개개인의 의식 문제이지 선거일이 공휴일이어서 투표율이 더 낮아진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구춘권 교수는 "정치적 무관심으로 선거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낮은 우리의 상황에서 투표일을 평일로 한다면 투표 참여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대다수 선진국이 일요일을 투표일로 지정한 것도 국민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며 선거 공휴일 지정은 존속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오전 9시 현재 대구가 11.0%, 경북은 15.9%로 집계, 지난 제 3회 지방선거 때의 대구(9.0%), 경북(12.7%) 투표율(오전 9시) 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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