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중국 닝보에서 대구로 왔지만 그동안 여유있는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오는 8월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많이 아쉬워 하고 있는데 기회가 왔다. 매일신문에서 운영하는 '외국인여행 생생체험'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대구의 서쪽에 위치한 경북 성주군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1시간도 되지 않아 성주군에 도착했고 참외공판장, 한개마을, 세종대왕자태실 등을 둘러보게 됐다.
성주에 도착해 인근 '가보자 식당'에서 삶은 돼지고기와 정식을 먹었다. 중국에서도 잔치할 때 삶은 돼지고기를 먹지만 상추에 싸서 새우젓과 고추, 마늘과 함께 먹는 그 맛은 짜릿했다. 10여가지 종류의 반찬 중에는 감자조림이 제일 맛있었다. 혼자 한 접시를 다 먹고 추가로 한접시를 더 먹었다. 학교 기숙사 식당에서만 먹다가 밖에서 먹으니 입맛이 더 돌았다.
맨 먼저 간 곳은 진한 참외 향과 사람 냄새 물씬나는 '성주 참외 원예농협 농산물 공판장'. 오후 1시쯤 도착했는데 경매가 한창이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언어, 동작, 몸짓으로 참외 한무더기씩 경매를 낙찰시키는 모습은 중국 어딜가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경매는 2시간만에 끝났고 전국 각지에서 온 소매상인들은 각자 몰고 온 트럭에 참외를 싣고 뿔뿔이 흩어졌다. 전국 참외생산의 60∼70%가 성주라고 하니 여름 과일 하나의 위력을 알 만 했다. 따뜻한 한국의 정도 느꼈다. 호기심어린 눈으로 보는 이방인을 지켜보던 직원이 참외 한박스를 건네준다.
참외 공판장을 떠나 30여분 만에 도착한 곳은 조선시대 옛 선비들이 살던 '한개마을'. 옛 고위관료들의 기품이 느껴지는 전통 가옥들, 아늑함이 느껴지는 돌담길, 자연 친화적으로 만들어진 정원, 수십여개가 놓여진 장독대 등은 한국적인 가옥의 형태와 운치를 만끽하게 해줬다.
동행한 성주군청 소속 박기열 문화해설사의 자세한 설명은 한옥의 아름다움과 구조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해 밑기둥에 바치는 '거랭이 기법'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독특한 건축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북비고택'의 정원과 부엌, 장독대 등은 아늑함에 푹 빠지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시집왔다고 붙여진 이름인 '대산리 하회댁'은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의 어머니가 살고 있다고 했다. 나락 300석 정도를 통째로 보관할 수 있는 깜짝놀랄 정도의 거대한 창고가 인상적이었다.
'한개마을'을 1시간30분쯤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세종대왕자태실'. 이곳 역시 믿기지 않는 곳으로 한국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이었다.
세종대왕의 18왕자 중 17왕자의 탯줄을 묻고 항아리 무덤처럼 예쁘게 단장을 해놓아 후세의 복을 기원했다니 놀랍기만 하다. 앞줄은 본처, 뒷줄은 후처에서 난 자식들이라 하니 그 서열을 알 수 있게 해줬다.
특히 이곳은 전국에서도 명당 중 명당자리에 속하는 곳이라 한다. 중국에선 공자의 후손들만 매장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는데 반해 한국에선 무덤을 좋은 자리에 써야 복을 받는다는 생각에 왕자들의 탯줄까지 모신 이곳에서 역사의 고결함이 느껴진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한국을 돌아보는 건 불가능한 일. 하지만 이젠 시간이 날 때마다 대구 인근을 찾아가 재래시장이나 전통 유적지 등을 찾아다녀야겠다. 이번 성주여행은 그만큼 특별한 느낌이었다.
지엔 잉 첸(22·계명대 정보경영시스템(INS) 전공)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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