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오랫동안 있다가 4년 전 대구로 돌아온 필자의 친구의 귀향 첫 소감은 "대구가 예전에 비해 꽃과 나무가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그 수많은 꽃들 중에서 대구의 꽃이 무엇일까를 잠깐 생각해 보니 진달래꽃이 바로 대구의 꽃이 아닐까 싶다. 비슬산에서 해마다 4월이면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것만 보아도 대구하면 진달래라고 말해도 별 무리가 없는 듯하다.
진달래를 시골에서는 참꽃(= 진짜 꽃)이라 부른다. 아름다움과 유용함을 동시에 주는 꽃이 진달래꽃이다. 참꽃이 있다면 가짜꽃도 있는데 이름하여 개꽃이다. 개꽃은 다름 아닌 철쭉이다. 진달래와 철쭉의 구분이 쉽지 않은데 차이점은 철쭉이 더 붉다는 것이다. 더 아름답게 보이는데 사람들은 개꽃이라 한다. 그것은 속은 차있지 않고 겉으로만 보이고자 하는 사람들을 말할 때에 '개꽃 같다.'하는 말의 의미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 진달래인 참꽃은 꽃을 먹을 수 있고 뿌리는 약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개꽃은 보기에는 더 아름답지만 뿌리에 독이 있어 꽃잎을 먹지 못한다. 게다가 그 뿌리가 다른 꽃들의 뿌리까지 엉켜들어서 개꽃이 있는 곳에는 다른 꽃들이 자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꽃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순한 꽃이 바로 참꽃인 진달래이다.
봄이 되면 한국 산하에 철쭉도 피고 진달래도 피듯 이 땅에 수많은 사람들이 꽃처럼 피어난다. 그런데 그 중에는 잘난 사람 같은데 철쭉인 사람이 있어, 사람들 앞에 아름답게 속이는데 속에는 독이 되는 꽃이며, 독이든 뿌리가 되는 사람이 있어, 마침내 어울려 살지 못할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게 보이는데 실은 그 곳에 더불어 살 수도 있고 남에게 유익이 되는 삶도 있다는 말이다.
요즈음은 겉을 화려하게 과시하는 시대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은근함이 그리운 때가 되었다. 겉은 덜 화려하지만 실속으로 가득 차 있는 진달래꽃과 같은 그런 사람들 말이다. 대구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사랑을 고백할 때도 타지방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강원도 사람만 해도 (그들을 무시하는 뜻이 아님) "내카 감자캘래?" 이 정도는 말할 줄 아는데, 경상도 사람은 "내사마 죽어도 그말은 못한대이." 이 정도다.
해야 할 말을 도무지 하지 못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문둥이들이 대구 사람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은근함으로 받쳐주는 대구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고, 꽃은 말하지 않아도 아름다움과 은은한 향기가 있으면 사람들은 결국 알아보는 것이다.
대구사람 때문에 이 땅이 복을 받았다는 인정을 받을 때까지, 내면을 채움과 동시에 은근한 유익을 주는 진달래꽃 같은 존재들이 모두 되었으면 한다.
이동관 대구수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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