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자금 19억여원 '금융권 로비'"

입력 2006-05-29 16:46:20

김동훈 안건회계 前대표 법정서 진술…금융계 수사 불가피

현대차그룹 계열사 부채탕감 로비 명목으로 41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19억여원을 금융권 로비에 썼다고 주장해 검찰의 금융권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상철 부장판사) 심리로 29일 오전 열린 첫 공판에서 김씨는 아주금속공업과 위아의 채무탕감 로비 명목으로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받은 41억6천여만원 중 자신은 6억원을 챙겼고 16억2천여만원을 당시 산은 부총재인 박상배씨와 투자본부장 이성근씨, 주무팀장 하모씨 등 3명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나머지 19억4천여만원의 사용처와 관련해서는 "채권은행 등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로비자금으로 전달됐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채무탕감 로비 자금을 16차례에 걸쳐 나눠 받은 것과 관련, "당시 채권 금융기관과 유관기관 등 10여 군데에 자금이 전달됐다. 필요할 때마다 경영진의 승인을 받아 자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현대차그룹측으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을 때마다 로비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자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할 것인지, 왜 돈이 필요한 것인지 등을 담당자를 통해 '상부'에 보고했고 필요할 때마다 승인을 받아 자금을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상부'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위아의 김 사장이다"고 밝혀 현대차그룹 비자금이 자신을 통해 금융계 부채탕감 로비에 활용될 때 정몽구 회장의 암묵적 승인이 있지 않았느냐는 기존 의혹은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비자금이 조성된 2001년 당시 위아에는 김평기 사장과 김원갑 부사장이 재직했다.

한편 검찰은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씨를 주말께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박상배·이성근·하모씨 등 이미 구속된 관련자 3명도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현재 비자금의 용처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해 수사가 당시 채권금융기관과 정부 유관기관 등으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동훈씨는 "나는 현대차그룹측의 의뢰를 받아 채무탕감을 통해 매각대금을 낮추는 데만 관여했을 뿐이다. 나머지 부분은 현대차측이 직접 진행했고 뇌물 '수수'에 관여한 게 아니라 '전달'한 것일 뿐이다"며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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