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이 휩쓴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는 들어가는 초입부터 재앙의 흔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접 도시 솔로에서 족자카르타로 들어가는 도로 곳곳은 무너진 집들로 폐허로 변해 있었으며 복구에 나선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해외 관광객으로 붐비던 족자카르타 공항은 활주로의 균열로 이틀째 운행이 중단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취재진과 구조팀은 솔로까지 항공편으로 이동한 뒤 육상을 통해 족자카르타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2차로 도로를 버스를 타고 1시간여 들어가자 무너진 가옥과 건물들이 줄지어 목격됐다. 참변을 당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무너진 집 주변에는 집기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으며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나와 앉아 극심한 지진 공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여진 등으로 건물이 붕괴될 것을 우려해 집에서 빠져나와 사원, 교회, 병원 등에 머물고 있다. 병원 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병원 바깥에 침상을 갖다 놓고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최근에 지어진 병원도 이번 지진으로 상당 부분 파손돼 개업 준비를 중단한 상태다. 구급차가 부족해 부상자들은 화물차, 버스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일부는 걸어서 온 경우도 있었다.
솔로 공항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도착한 구호물자를 실어나르고 있었으며, 현지방송은 재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자카르타에서 지진 소식을 듣고 고향인 족자카르타로 달려온 간둥 마술리 씨는 " 지진이 발생한 오전 5시는 대부분의 이슬람교도들이 일어나 기도하는 시간이어서 피해가 덜한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 가족도 신의 가호로 무사하다."고 말했다. 족자카르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 등 고대 자바의 유적이 많아 인도네시아 관광의 중심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동남아 최대의 불교 석조 기념물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보로부두르 사원은 다행히 이번 지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현지 관리들이 밝혔다.
○…한창 건기철인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고도 족자카르타엔 28일 비가 하루종일 쏟아졌다.
5월에 이곳에 비가 내리기는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
엄청난 지진 피해를 애도하기라도 하듯 비는 어둑어둑해진 족자카르타시를 휘감으며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2,911m 높이의 머나피화산이 뿜어내는 증기가 족자카르타에 때아닌 비를 남긴 것이다. 증기로 뒤덮인 머나피화산은 전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족자카르타시를 내려보고 있다. 지진 발생 이틀째를 맞은 족자카르타 시내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길가의 건물들은 그나마 온전했지만 바로 뒤편의 가옥들은 상당수가 붕괴돼 참혹함을 더했다. 특히 반툴, 이모기리 인도양 연안의 촌락에선 한 마을 가옥이 모조리 주저앉아 쑥대밭이 될 정도로 피해가 집중됐다. 이 지역은 가난한 농민들이 논밭에 생계를 유지해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다지 강진이랄 수 없는 지진에 이처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족자카르타가 '아만(평화)'과 '야만(안정)'을 도시의 상징 표어로 내걸었을 정도로 자연재해에는 무풍지대였기 때문.
무너진 건물과 가옥들은 내진설계없이 벽돌담과 슬레이트, 함석, 기와 지붕으로이뤄진 20∼30년된 노후주택으로 조그마한 진동에도 쉽사리 붕괴되고 말았다.
자신의 마을에서만 가옥붕괴로 모두 19명이 사망했다는 자유스(34)는 "젊은 사람들은 지진이 시작되자 급히 대피할 수 있었으나 어린이나 노인들이 미처 피하지못한채 무너진 집더미에 눌려 압사했다."고 말했다. 족자카르타 도로는 이날 외지에 일하러 나갔다 고향 소식을 듣고 찾아온 차량행렬로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도로 길목마다 황망한 표정의 청소년들이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적힌 성금모금함을 들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차창을 두들겼다. 복구는 엄두도 내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일부 차량은 일부러 준비라도 한듯 각종 식품 등을 모금함에 넣었다. 게다가 족자카르타 시내의 할인점이나 식료품점, 슈퍼마켓 등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이재민들은 먹을 것과 잘 곳을 찾지 못한채 비오는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월요일인 29일에도 식량난이 계속 이어질 경우 지난 98년의 대규모 폭동사태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군 부대가 이번 재난사태에 긴급 출동한 것도 폭동 가능성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지진으로 끊긴 전력이 이틀이 지나도록 복구가 되지 않아 오후 5시(현지시간)부턴 족자카르타 시내는 가로등, 신호등 하나없는 유령같은 도시가 돼 버렸다.
족자카르타 시내 30군데의 호텔도 대부분 영업을 중단했다. 여진으로 인해 추가붕괴될 위험에 종업원들이 구조에 나서느라 모두 자리를 비워버렸고 식음료 공급도 끊긴 탓이다. 벽이 무너져내리거나 건물에 균열이 발생한 하얏트, 노보텔 등 특급호텔도 모두 전등을 끈채 있던 손님조차 내보내고 있었다.
그나마 족자카르타의 자랑인 보로부드르 불교사원이 별다른 피해없이 안전하다는게 주민들로선 안심거리다. 프람바난 힌두사원은 일부 작은 구조물들이 붕괴돼 을씨년스런 모습을 보여줬다.
1억2천만 자바섬 주민들의 마음의 고향인 족자카르타. 인도네시아 평화를 상징했던 고도 족자카르타가 이제는 폐허로 관광객을 맞이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2004년 쓰나미(지진해일) 이후 최악의 재해인 이번 지진 발생 지역인 족자카르타에는 넘쳐나는 부상자에 비해 병원 등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크게 부족해 구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치료가 늦어지면서 사망하는 부상자도 늘고 있다.
족자카르타 안팎의 병원들로 실려오는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전체 사망자수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중상자도 많이 발생했으나 의료진은 태부족 상태다.
게다가 지진으로 종합병원 한 곳과 일부 보건소들이 무너져 내려 의료시설 부족난을 가중시켰다고 유니세프 관계자는 밝혔다. 이로 인해 부상자들이 제때에 치료 받지 못해 내부 출혈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사르디지토 병원의 알렉산더 박사는 우려했다. 이 병원에만도 지진 발생 당일인 26일부터 수백명에 달하는 부상자와 여성, 어린이들이 몰려들었으나 의료진 부족으로 치료를 해주지 못하는 실정. 병원 관계자는"수백명의 부상자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주차장 등지에서 치료를 하고 있는 등 패닉상태"라고 말했다. 한 병원에서는 시신들이 밀려들고 있으나 일부 유가족들은 사망자 집계를 하고있는 보건 당국에 통보하지 않고 집으로 데려가는 바람에 정확한 집계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족자카르타와 반툴 등 주요 피해 지역은 2004년 12월 13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쓰나미가 발생한 아체주에서 1천390마일이나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 이번 지진으로 쓰나미가 곧 밀려올 것이라는 괴소문이 퍼지면서 주민 수천명이 혼비백산 상태로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일본 기상청은 앞서 이번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위험은 없다고 밝혔으며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26일 자바섬에 각료들과 함께 도착, 이재민들과 유가족들을 만나 "쓰나미는 걱정하지 말라"며 주민들을 진정시켰다.
족자카르타AP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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