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미각을 돋우는 데는 산나물이 최고다. 냉이와 쑥 등 초봄에 나는 것부터 취나물'참나물'오가피'더덕'음나물'두릅'고사리 등 이름만으로도 신선하고 생기 넘치는 느낌을 준다. 실재하는 영양가 이상으로 몸에 좋을 것이라는 기분도 든다. 이런 저런 공해 식품들이 범람하는 시장에서 산나물, 특히 큰산 깊은 골짜기에서 캐낸 산나물이라면 누구든 대뜸 손이 갈 것이다.
○…전문가들은 산나물은 해발 400m 이상,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한 곳에서 잘 자라고 섬유질이 연해 좋다고 한다. 건강에 좋은 각종 영양소와 비타민 미네랄 등 다른 식품에서 구하기 어려운 귀한 것들도 들어있어 대부분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단지 입맛을 돋우는 정도가 아니라 잘만 챙겨 먹으면 건강 증진은 물론 병도 나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산나물이 많고 좋다는 산에는 골짜기'등성이마다 산나물 캐러 나선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잖아도 조기 퇴직에다 웰빙 바람이 불어 동네 뒷산에서 명산까지 온통 사람들로 붐비는데 산도 즐기고 산나물도 캐고 일석이조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초봄 눈이 녹을 무렵 시작돼 5월에 절정을 이루고 더위가 오기 전 대충 6월 초까지 가능한 산나물 채취는 지금이 거의 끝물이다.
○…그러나 한바탕 사람들에 시달린 산은 괴롭다. 일부 산나물 채취 전문 업자들은 트럭을 동원한 마구잡이 채취로 심심산골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필요 없어 버리게 되는 뿌리까지 캐어 산나물의 씨를 말리거나 엄나무 등 수십 년 자란 큰 나무 밑둥을 잘라 넘어뜨려 잎을 챙겨 가는 불법도 저지르고 있다. 덩달아 업자도 농민도 아닌 도시 산행객들도 즐기기 수준을 넘어 마구잡이 채취에 달려든다.
○…영양군 일월면 오리리 일월산 깊은 곳에 자리잡은 불향사 자자(仔仔) 스님은 사람들의 욕심이 너무 많다고 걱정했다. 잘사는 도시 사람들이 욕심이 더 많아 보인다고 했다. 배낭과 자루를 장사치보다 더 많이 가져와서 산을 헤집고 다닌다는 것이다. 친척'이웃과 나눠 먹겠다는 욕심에 다름 아닌 선행(?)으로 산을 죽여 놓는 것이다. 스님은 깊은 산은 토질이 부드러워 잎만 당겨도 뿌리까지 달려나오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채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래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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