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왕기자의 인물산책] 영화학박사 1호 조희문 상명대교수

입력 2006-05-29 08:38:07

영화평론가인 조희문(趙熙文·49) 상명대 교수는 '영화계의 이문열'로 불린다. 스크린쿼터를 한국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만병통치약쯤으로 여기는 영화계를 대담하게(?) 비판해 붙여진 수식어다.

그는 지난 2월 12일 인터넷 사이트 뉴라이트닷컴(www.new-right.com)에 '최민식씨에게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공개질의서를 게재,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1999년 '쉬리'가 흥행에 성공해 미국 영화 '타이타닉'이 갖고 있던 흥행 기록을 깨면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눈부시게 높아졌는데 아직도 스크린쿼터 타령이냐는 요지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스타는 국제적 스타로 대접받는 상황임에도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것은 장가 간 아들이 번쩍거리는 외제차를 타고 시골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러는데 손자들 다 클 때까지 돌봐달라.'고 하는 격"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FILM2.0 편집위원은 "학생들로부터 존경받는 학자인 그가 왜 이런 문제에 대해 객관성을 가장한 감정적인 선동으로 생산적인 토론의 활로를 망쳐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론을 폈다.

조 교수가 스크린쿼터를 비판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영화는 보호하고 육성하는 대상이 아니라 개방과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는 신념 아래 1986년부터 줄곧 스크린쿼터를 비판했다. 영화사를 전공한 그는 "정부 지원으로 영화산업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영화가 활기를 띤 50~60년대에 정부 지원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가수 조영남 씨와도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가 흥행되지 않자 조영남 씨가 모 일간지에 '고양이 살리기'란 제목의 칼럼을 게재, 좋은 영화를 관객들이 몰라준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조 교수는 '죽은 고양이는 버려라'라는 반론을 게재, "관객의 선택이 중요하다. 관객들이 잘못 본다고 가르치려 드는 것은 위험하고 오만하다."고 꼬집었다.

두 논란을 통해보면 그는 시장주의자이다. 친미주의자란 얘기를 들을 법도 하다. 그러나 뜯어보면 영화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공부하는 학자일 뿐이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고교까지 다닌 그는 틈만 나면 영화를 봤다. 상주 명성극장은 그의 어린 시절 놀이터였고, 상주보다 영화를 빨리 개봉하는 대구의 한일극장과 만경관은 그의 선망이었다. 딴따라라고 반대할 것이 뻔한 부모를 속이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졸업했고, 중앙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화학 박사는 그가 우리나라 1호, 석사는 배우 윤정희 씨와 정용탁 한양대 교수에 이은 3호이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석·박사 과정을 개설해도 지원하는 학생이 없었습니다. 영화를 공부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던 때였죠."

영화를 통해 세상을 알고, 세상을 보게 된 조 교수에게는 한 가지 버릇이 있다. 영화관련 자료 수집이 그것. 만화를 그리기 위해 영화 전단지와 광고지를 모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수집의 대상은 영화촬영기, 영사기 등으로 확대됐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산비탈에 있는 그의 집은 30여 년 동안 모은 영화관련 수집품 4만여 점으로 어지럽다. 1920년대 영사기, 유명 감독이 사용했던 촬영기, 포스터 등등. 언젠가 영화박물관을 만드는 게 꿈이다.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열정'과 '난폭함'에서 찾는 그가 써나갈 한국 영화사가 궁금하고, 박물관이 기다려진다.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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