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성상회를 삼성기념관으로"

입력 2006-05-29 08:48:46

대구시 중구 인교동에는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1938년 당시 자본금 3만원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하며 설립한 회사인 삼성상회 자리가 있다. 여기가 현 삼성기업의 발원지이다. 또한 이곳은 현재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태어나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삼성상회 자리는 세계 굴지 기업의 발상지로서 삼성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보존하고 발전시킬 가치가 있는 곳이다. 외국의 경우 유명인사가 태어난 생가나 자라난 곳을 기념관으로 만들어 보존하고 있다.

음악가 모차르트의 생가나 소설가 헤밍웨이가 집필한 집은 지금도 기념관으로 보존돼 그 지역의 관광자원이 되고 있기까지 하다. 외국에서는 자그마한 관광가치만 있어도 그것을 확대해서 홍보하고 꾸며서 거기서 부가가치를 얻는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삼성상회를 방치한다는 것은 바로 보물을 잿더미 속에 버려두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관광자원이 부족한 대구로서는 삼성상회를 복구해 기념관으로 만드는 것이 관광자원 확보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대기업 삼성은 대구를 근거지로 대구 시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한 기업이다. 삼성의 라이온즈 프로야구 구단도 대구를 연고로 하고 있다. 대구 시민들도 삼성을 사랑하고 있으며 삼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러나 최근들어 삼성자동차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삼성에 대한 대구 시민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좀더 솔직히 말한다면 대구 시민의 삼성에 대한 감정은 애증이 교차하는 그런 상태이다. 삼성으로서는 기업의 마케팅 차원에서도 대구에 PR활동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의 에버랜드 사태 등과 관련해 대기업은 일방 국민들과의 관계증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할 것이다. 프로야구단이나 기업이나 믿을만한 연고지가 있어야 힘이 생긴다. 현재 대구에 전용 야구장 건립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삼성 측도 구장 건립 계획이 구체화하면 지원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용 야구장에 비해서는 삼성상회 복원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삼성은 삼성상회가 위치한 인근의 땅을 매입해 삼성상회를 기념관이나 박물관 등으로 복원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삼성 측과 대구광역시·대구광역시관광협회 등이 실무단을 구성할 수가 있다. 건립될 삼성기념관의 관리는 삼성이 직접 해도 좋을 것이고, 대구시나 대구시관광협회가 맡아도 좋을 것이다. 대구시는 삼성상회를 사적지로 지정할 수도 있다.

삼성이 삼성상회를 복원해 기념관으로 만들고 삼성 스스로가 대구를 발생지 및 연고지로 인정할 때 대구 시민들의 삼성에 대한 정서도 더 좋아질 것이다. 삼성이 대구에 사랑과 관심을 표시할 때 시민도 삼성과의 일체감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삼성으로서도 큰 득이 될 것이다. 삼성은 삼성상회 복원을 미룰 이유가 없다.

필자는 2004년 11월 26일 대구광역시 관광협회 주최로 열린 '2004 관광진흥 세미나'에서 같은 취지로 삼성기념관 건립의 당위성을 강조한 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대구 시장 후보들의 공약 중에는 대구 읍성 재현, 미래형 테마 파크 조성, 먹거리 단지와 연계한 벨트구축, 팔공산 관광특구 지정 및 외국인 전용 카지노 건설 등 관광정책과 관련된 공약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후보도 삼성 기념관 건립에 대한 언급은 없어 안타깝다.

도형수 계명문화대학 관광영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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