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뒷바라지에 24시간도 부족하다'
태극전사들이 하루 종일 최상의 조건에서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주는 게 대표팀 지원스태프의 역할.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지원스태프 13명은 긴장과 임기응변 속에 하루 24시간을 쪼개서 써도 부족하기만 하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월드컵 대표팀 지원스태프의 숨은 고생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본다.
◇야전병원을 방불케 하는 의무팀
"조그만 개인병원을 하나 차렸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28일(한국시간) 태극전사들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도착한 이후 가장 숨가쁘게 움직인 대표팀 지원스태프는 의무지원팀이다.
김현철 주치의를 비롯한 최주영 의무팀장, 강훈 물리치료사, 황인우 트레이너, 욘 란옌덴 물리치료사 등 5명의 의무지원팀은 한국에서 챙겨온 의료장비들이 제대로 도착했는지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글래스고 도착 첫날부터 물품 점검에 밤샘 작업을 했을 정도다.
한국에서 실어온 의료장비만 라면박스 크기로 60상자 분량. 선수들의 부상 치료를 위한 고가의 초음파 전기 치료기부터 파스와 붕대 등 의료 소모품까지 종류와 양도 방대하다.
우선 의무 지원팀은 숙소 도착과 함께 선수들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4개의 침대로 구성된 마사지실을 가장 먼저 개장(?)했다.
랑옌덴 물리치료사가 아드보카트호에 합류하면서 총 4명의 물리치료사를 확보한 의무지원팀은 훈련이 끝나고 나면 마사지 실에서 줄지어 선 태극전사들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엄마손 모드'로 변신한다.
◇'밥이 보약'
낯설고 물 선 천리타향 스코틀랜드에서 하루 두 차례씩 실시되는 훈련을 마치고 나면 태극전사들은 이내 파김치가 되고 만다.
한국인의 무한한 잠재력은 밥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힘든 훈련이 끝나고 나면 밀물처럼 찾아오는 허기 속에 태극전사들은 어머니가 손수 지어주신 고향집 밥맛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선수들의 고충 해소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의 정지춘 조리장을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하지만 정 조리장은 스코틀랜드 도착 이후 하루 동안 초조함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방의 필수요소인 밥솥이 하루 늦게 숙소에 도착해서다.
도착 이틀 만에 주방용품을 모두 확보한 정 조리장은 29일 김대업 주무와 함께 대표선수들이 먹을 부식 마련에 반나절을 보냈다.
정 조리장은 이날 글래스고 시내 중국 음식 재료 상점에서 소고기와 버섯, 두부 등 기본 부식 재료와 함께 선수들이 먹게 될 한국식 쌀도 구입했다.
한편 국내 한 독지가가 제공해준 '산삼쌀'은 29일부터 선수들의 식단에 오를 예정이다.
◇유비무환의 정신
28일 첫 훈련에 나섰던 태극전사들은 햇빛과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흠뻑 젖은 채로 훈련을 마쳐야 했다.
빗줄기가 거세지는 순간 대표팀 버스에서 장비담당들이 흰색 수건을 대거 가져왔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를 미리 조사한 지원스태프가 선수들을 위해 미리 준비한 것.
축구협회 행정을 담당하는 전한진 차장이 선발대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미리 날아와 사전답사를 통해 선수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놓은 덕이다.
이밖에 김대업 주무와 오준석 홍보담당은 바쁜 일과 속에서도 식사 때가 되면 주방보조 역할까지 '2인1역'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로 변신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