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모스(Momos)'는 남을 경멸하고 비난하는 신(神)이다. 이 신은 인간의 가슴에 창을 만들어 속마음을 알 수 없게 했다고 한 신을 비난했다가 하늘에서 추방됐다. 남의 험담만 들추는 '죄악의 신'에 대한 응보를 비유한 경우다. 선거전엔 예부터 남을 비방하고 헐뜯는 분위기였다. 이번 5'31 지방선거도 거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게다가 '장밋빛 빈 약속'들이 넘쳐나고 있는 양상이다.
○…여'야는 이번 선거를 '정책 선거'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었다. 각 당 대표가 공약 검증을 약속하는 '매니페스토 실천 협약'을 맺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선거 현장은 어떤가. '묻지마 공약'은 말할 것도 없고, 당 차원의 '헛공약'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다. 심지어는 정책 선거 다짐조차 표심(票心) 얻기 공약으로 써먹는 듯한 인상을 씻을 수 없으며, 매니페스토 운동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북지역 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이 7개 중 6개(85.7%)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니페스토 전북본부가 도지사와 6개 시장 출마자 36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다. 전체 203개 공약에 대해 목표의 구체성, 추진 방법의 타당성, 재원 조달의 현실성, 단계별 시간 계획 등을 잣대로 따진 결과지만,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재원 확보의 타당성 분야에서는 5점 만점에 평점 4점 이상이 7%에 지나지 않는다. 2점 이하의 '미흡' 판정을 받은 공약은 무려 66%에 이른다고 한다. 단계별 계획은 4점 이상이 15.7%, 실현 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같은 점수가 27%에 불과했다. 한 지방의 예만 들어보았으나 이 같은 '공약(空約) 쏟아내기'가 어디 전북지역만의 일인가.
○…우려는 그뿐 아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테러 사건 이후 정책 대결은 '물 건너가는' 상황이 아닌가 할 정도다. 출발과 달리 유례없는 '정책 실종 선거'가 되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정책보다는 '바람'이 선거판을 휩쓴다면 결국 그 손해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서도 내 고장을 책임질 일꾼을 제대로 뽑는 최선의 길은 공약(空約)과 비방, 동정론에서 자유로워지는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