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선거, 인터넷은 '후끈'

입력 2006-05-27 08:43:15

유권자들 무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는 5·31 지방선거가 인터넷 상에서만은 뜨겁기 그지 없다. 박근혜 대표의 피습 이후 압승을 예상하며 몸 사리는 한나라당과 선거운동 포기 직전의 열린우리당 분위기 때문에 길거리에서의 활기찬 선거운동은 사라졌지만 모니터상에서만큼은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이버 선거운동=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선거활동 개시와 동시에 4명에서 5명까지 인터넷 전담 직원을 배치했다.

한나라당 김범일 후보측 사이버 전담 5명의 선거운동원은 식사 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언제 어떤 글이 홈페이지에 올라 올지 모르기 때문. 또 각종 자료와 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해야 하기 때문에 책상이 밥상이 되고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휴식공간이 된다. 특히 김 후보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미니홈피 관리를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인 김창근 씨에게 맡겼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맡아야 유권자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박명재 후보도 4명의 전담 직원을 두고 넷심 관리에 열을 올린다. 경북은 대구보다 네티즌이 적지만 한 달에 배너 광고비만 5천만~6천만 원을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다. 특히 포항, 구미, 안동, 경주 등 큰 지역은 네티즌의 활동이 클 것으로 보고 집중 공략 지역으로 꼽았다. 최근 한나라당 김관용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이 여론을 좀처럼 타지 않자 논란의 장을 인터넷으로 옮기고 있다.

한편 후보자들도 짬날 때면 선거운동의 장을 온라인으로 옮긴다. 대구 남구에 출마한 한 기초의원 후보는 매일 밤 9시께 선거사무소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컴퓨터를 켠 뒤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답글을 쓰며 표 관리(?)를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아 선거구 열리우리당 김철용 후보의 한 선거운동원도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미니홈피, 블로그, 팬카페를 옮겨다니며 글을 남기고 '1촌 맺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사이버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동구의 한 광역의원 후보는 "인터넷 선거운동은 운동원 수를 줄여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털사이트의 카페 등을 이용하면 더욱 효율적이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넷상에서는 못할 말 없다=대구·경북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평균 200여 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다.

후보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지역 발전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정책적인 제안까지 내용은 다양하다. 때문에 후보들은 온라인 선거운동에도 바쁘다.

한나라당 김범일 대구시장 후보는 최근 ID '반수성인'이란 네티즌에게 진땀을 흘렸다. 이 네티즌이 김 후보가 수성구에 거주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김 후보는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뛰고 각종 혜택을 누리고 있는 수성구에 살고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지금 다른 지역 주민들 불만은 극에 달했다. 말로만 양극화 해소한다고 하지 말라."고 공격한 것.

열린우리당 이재용 후보의 게시판에서 ID '하루인'은 노혜경 노사모 대표의 박 대표 성형수술 발언을 지적하며. "인간적으로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내가 아는 이재용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답변바란다."고 공박했다. 또 '대명5동'이란 ID의 네티즌은 "후보의 홍보차량 때문에 시민들이 시끄러워 못 살겠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경북도지사 열린우리당 박명재 후보의 게시판은 상대후보 병역 의혹 제기에 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람'이란 ID의 네티즌은 "남 헐뜯기에 바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진실하게 자신을 바쳐가며 일 할지 의문이다. 좋게 봤는데 대실망"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관용 후보의 경우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이 올라오면 관리자가 즉각 지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대신 아들 병역 의혹 제기에 대한 대응인지 아들의 병명이기도 한 '아토피 방'이란 별도 공간을 마련해 처방 및 민간요법 등을 상세히 설명해 놨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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