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문화사 / 스티븐 컨 지음 / 임재서 옮김 / 말글빛냄 펴냄
첫 입맞춤. 어느 시대나 첫 입맞춤을 할 때는 두려움과 긴장을 느꼈을 테지만 거기에도 엄연히 역사는 있다.
"나는 당신이 두렵소. 나는 언제나 여자들이 두렵소. 내가 키스하기 전까지는 말이오." 필츠제럴드의 '천국의 아편'(1920년)에서 아모리는 만난 지 5분만에 로잘린드에게 키스에 대해 말하고 곧 키스를 한다. 하지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1847)에서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기까지 4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사랑'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가?
미국 문화사학자인 스티븐 컨은 '제인 에어'(1847)에서 1930년대 중반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 이르는 문학작품과 미술작품을 탐독하며 인류의 가장 흥미진진한 주제 '사랑'의 역사를 추적했다. 저자는 1900년대까지를 '빅토리아 시대'로, 그 이후를 현대로 나눠 사랑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분석했다.
시간의 흐름은 다양한 사랑의 표현방식을 만들어냈다. 가령 두 남녀가 만날때 하디의 '무명의 주드'(1895)에서 주드는 시골길을 걷다가 우연히 아라벨라가 던진 돼지의 생식기에 귀를 맞으면서 그녀와 조우한다. 로렌스의 '연애하는 여인들'(1920)에서 어슐라는 학교에서 장학관인 루퍼트와 조우하고,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1925)에서는 병사와 간호사가 만난다. 20세기에 들어서면 여자의 일터에서 조우하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욕망의 역사는 해부학적 구조와 신체 작용을 더 솔직하게 묘사하는 방향으로 변한다. 19세기 여자들은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 때로는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했지만 20세기의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욕망을 추구한다. 성의 역사 역시 사람들이 좀더 사려 깊은 태도를 보이고 좀더 개방적이고 독창적인 면모를 보인다.
저자는 "연구를 위해 읽었던 수많은 소설 중에 1895년 이전에 출간된 어떤 소설에서도 결혼하기 전에 섹스를 하는 연인은 나오지 않는다."고 밝힌다.
그러나 20세기 초엽의 소설 속 연인들, 안나 베로니카와 케이프스, 스완과 오데트, 몰리와 리오폴드 등의 커플들은 결혼 전에 성관계를 맺음으로써 성윤리가 이완되었음을 뜻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랑은 현대의 사랑보다 인내심이 많고 더욱 정중하고 자기희생적이며 기독교적이었다. 부모의 의견에 더 많이 순종했고 공적 의식에 더 많이 영향을 받았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랑은 격정적인 모습을 띠기도 했으나 현대인의 사랑만큼 본래적이지는 않았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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