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안간힘'…"스포츠에 선거는 뒷전"
5·31일 지방선거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방선거 후보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속이 타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선거에 관심을 돌리지 않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일꾼뽑기 축제'가 '일부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속타는 후보
후보들은 플래카드와 현수막이 난립한 상황에서 시민들 눈길을 한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심지어 유세 도중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하는 읍소전략까지 펴고 있다. 유세차량 대용으로 괴나리봇짐을 사용하는가 하면, 전기자동차·자전거·지붕을 없앤 오픈카, 인라인스케이트 등 이색 선거용 장비도 등장했다.
김모 대구 남구의원 후보는 최근 선거운동원 5명과 지지자 10여 명으로 '자전거 유세단'을 발족한 뒤 '공기질 개선으로 아토피 제로 실현' 공약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개구리소년 큰아버지로, 달서구의원 선거에 나선 김모 후보는 지난 23일부터 '개구리 소년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안전모를 쓰고 거리유세를 펴고 있다.
중구청장 선거에 나선 모 후보는 연극인, 뮤지컬 배우 등과 함께 '문화예술인 지원유세'를 펴고 있고, 최모 대구시의원 후보는 '거리 청소팀'을 구성해 시장, 등산로, 공원 등지를 누비고 있다.
대구시의원 선거에 나선 정모 후보는 "골목골목을 샅샅이 훑고 있지만, 선거열기가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으면 당선되더라도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모 후보 선거운동원 류승희(63)씨는 최근 두류공원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무관심한 유권자
후보자 난립에다 월드컵 열기까지 겹쳐 유권자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낮은 형편이다.
택시기사 김우식(44·수성구 만촌동) 씨는 "솔직히 내 지역에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건물에 나붙은 현수막을 보면 도대체 누가 시장 후보이고, 누가 구청장 후보인지, 아니면 지방의원 후보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김순희(36·수성구 상동) 씨는 "단순히 투표하러 가는 게 귀찮다는 게 아니다. 후보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투표장에 가야할지 모르겠다."며 "구의원이나 시의원 후보의 성과나 과오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정보는 없느냐?"고 되물었다.
유필례(64·동구 효목동) 씨는 "선거한다고 뭐 바뀔 게 있느냐. 요즘 모이면 자식들 먹고 사는 문제 얘기하지, 선거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며 "때만 되면 와서 확성기 틀고 손 붙잡고 명함 돌리고 해서 귀찮기만 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낮춰 '10대 선거시대'가 왔지만, 새내기 유권자들 반응도 정치적 무관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계명대 1년 이모(19) 군은 "친구들은 모두 학교 축제나 월드컵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솔직히 투표를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근(19·청도읍) 군도 "선거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나한테 투표권이 있다는 것은 몰랐다. 정치인들이 우리한테 해주는 것이 뭐가 있느냐. 선거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용쓰는 선관위
대구·경북 선거관리위원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본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시장 선거 예상투표율 53.3%, 경북도지사 선거 예상투표율 63.8% 등지로 나타나,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과 비교해 크게 높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각 선관위는 투표율 끌어올리기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대구·경북 선관위는 우선 신문, 방송을 활용해 투표 참여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선관위 차량방송과 아파트관리사무소, 지역별 읍·면·동사무소의 방송도 활용하고 있다.
투표참여 포스터, 현수막, 애드벌룬 등을 거리 곳곳에 내걸고, 선전탑과 육교 현판, 시내버스 광고 등도 투표 참여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홍보용 부채와 차량용 스티커, 리플릿, 명찰 등도 마련했고, 초중고 학부모에 대한 가정통신문과 각 기관 단체 공한문 등도 발송하고 있다.
최고령자상, 최연소자상, 최다가족상, 평균연령 최고령 가족상, 평균연령 최연소 가족상 등 '모범유권자상' 시상을 마련하는 등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지방선거 관심도 높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박상전기자 mik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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