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가구만 살 수 있는 美 마을

입력 2006-05-25 17:02:41

미국 미주리주의 한 마을이 '결혼하지 않은 가구에게는 거주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법령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이 법령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올리비아 셸트랙과 폰드레이 러빙 커플은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도움을 얻어 문제의 마을 블랙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교외 중산층 마을인 블랙잭으로 이사 온 셸트랙-러빙 커플은 법률상 부부는 아니지만 10년 이상 함께 산 사실상 부부. 두 사람 사이에 낳은 두 자녀와 올리비아의 딸을 합해 자녀 셋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지 행정관리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거주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이 가족은 거주허가 없이 이 곳에 산다는 이유로 하루 최대 50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될 판이다.

인구 6천792명인 블랙잭은 흑인이 70%를 차지하며, 주민 대다수는 가톨릭교도이다. 블랙잭은 혈연, 결혼 혹은 입양으로 맺은 관계가 아닐 경우 3명 이상이 한 가족으로 사는 것을 금지하는 엄격한 법령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행정당국은 혼인으로 맺어진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미 자녀를 둔 커플 10쌍을 내쫓은 전력이 있다.

셸트랙은 "지방 관리들이 와서 아이들의 출생증명서와 혼인증명서를 내놓으라고요구해 무엇인가 잘못 돌아가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가족과 이웃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블랙잭 의회는 혼인관계에 있지 않은 두 사람의 가족을 포함할 수 있도록 1985년 가족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청을 기각했다.

지방 관리들은 세인트루이스 내 80개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거의 실행되지 않지만, 이와 비슷한 법령을 갖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블랙잭 시장은 블랙잭의 "도덕적 기준"을 들먹이며 상관없는 사람들의 유입으로 인한 인구과잉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더 타임스는 결혼을 옹호하는 보수 기독교인들의 주장을 반영하는 이 사건은 미국 내 보수화 경향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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