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테러 사건과 관련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노혜경 대표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샀다. "열일곱 바늘 꿰맸다더니, 60바늘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 한 모양입니다"는 글이다. 국민의 생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반응이었다.
박 대표 테러를 기화로 극히 저급하고 악의적인 글을 인터넷에 마구 올려 어떻게든 주목을 받아 보려는 시정잡배보다 못한 화이트칼라들이 없지 않았지만 노 씨는 그런 부류와는 다른 사람이다. 노 씨는 노사모 대표가 되기 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고 낙선하자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일한, 집권세력의 주류다. 그리고 문학박사'시인이라 속칭 '알 만한 사람'이다. 그런 그의 글과 반응들에서 국민들은 황폐한 한국 정치 문화의 한 단면을 실감한다. 그리고 집권세력권과 정치엘리트층의 철학과 심리상태를 짐작한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집권세력권은 "이제 막 하자는 것이냐" "못해 먹겠다"는 등 전에 들어보지 못한 투박한 말들을 간단없이 쏟아냈다. 일시적으로 소탈하고 솔직한 느낌을 받은 국민도 없진 않았겠지만, 대다수는 국민의 평균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언들에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다. 일부 총리와 각료들의 험상궂은 국회 답변도 마찬가지다. 그런 국민들 앞에 내놓은 노사모 대표의 글은 운수 사납게도 결정적 시기에 결정판 역할을 한 셈이 됐다.
서민 경제는 끝 간 데 없이 바닥을 기는데 말로써 말 만들어 야기되는 정치'사회적 갈등과 쟁투 속에 국민은 불안하고 고달프다. 그 민심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근혜 대표 테러사건이 없었더라도 여당이 질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테러와 그에 대한 노사모 대표의 언급이 참패에 일조할 것은 분명하다.
더 이상 안되겠다는 강한 반발을 보이는 국민 앞에 집권세력권은 대통령'열린우리당에서 노사모 대표, 회원들까지 크든 작든 일단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다. 지금 당장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겸허한 반성을 통해 국리민복 본래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지난 대선 이후 곧잘 써먹은 전략 전술처럼 야당, 언론, 기득권층, 보수 '꼴통', 강남, 미국 등 밖에서만 찾으려 들 경우 해법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찾는 것이 첩경이다. 국민의 감정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선택과 언행을 자행했던 부분부터 찾고, 집권세력권의 능력과 생리에 이상은 없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제 노사모와 좌파 망동분자들의 아우성이 지난 대선에서 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은 버려도 좋다. 노 대통령의 당선은 그들의 전투적 캠페인 덕분이 아니라 고질적인 지역 분할구도에다 상대 후보의 어리석음이 빚은 결과일 뿐이다. 대통령 당선을 노사모와 좌파 세력의 선전선동의 공로인 양, 개념도 범위도 불분명한 이른바 개혁세력의 승리인 양 착각한 데서 참여정부의 실패와 집권세력의 불행이 시작됐고 국민의 고난이 시작됐다. 집권 초기부터 국리민복과는 거리가 먼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공하면서 사회를 요동치게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 보수 '꼴통'과 기득권층의 반발로 국보법 폐지를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절대 다수 국민의 반대로 이룰 수 없었다고 이해할 줄 알아야 국민이 보인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깊은 속내는 알 수 없으나 당초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내세운 지역구도 극복과 국민 통합의 명분은 옳다. 그리고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느닷없이 대연정을 제의한 배경도 그런 이유라면 이해할 만도 하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여전히 그런 의지가 있고 분명하다면 먼저 말의 테러와 자해행위를 엄금하는 자세로 국민과 민생을 봐야 한다.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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