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이와노 유키 양은 히로시마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경북대로 유학왔다. 한국이 좋아 한국의 대학을 선택했다는 그녀는 전공도 한국사다. 어저께 경북대 재학 외국인 학생 대상 한국어 대회에 참가했던 유키 양은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얘기했다. 얼마 전 학과의 답사 때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이빨이 부러지고 입술도 찢어지는 등 다쳤는데 과의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너무나 자기를 잘 보살펴 주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자신을 병원에 데려다 주고 밤늦게까지 세심히 돌봐 준 남학생들을 보며 일본 남학생들이라면 그만큼 잘해 주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유키 양은 평소 수업시간에도 친구들이 어려운 강의는 옆에서 소곤소곤 통역도 해주고 노트도 빌려 주는 등 진심으로 도와준다며 한국서 공부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서 유학 중인 신현구(27) 씨가 지난 21일 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 여학생을 구해내 일본 사회에 또다시 큰 감동을 주고 있다. 2001년 고(故) 이수현 씨가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고 숨진 바로 그 신오쿠보(新大久保)역. 게다가 신 씨 역시 이수현 씨가 다녔던 학교 아카몬카이의 재학생이라니 여간 묘한 인연이 아니다. 승객 수십 명이 웅성거리기만 하던 바로 그 순간 가방을 내던지고 선로로 뛰어내렸던 신 씨. 귀고리에 수염까지 멋있게 기른 신세대인 그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겸손해 하는 모습이 참으로 멋있다.
○…언제 열차가 달려올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장의 일본인들조차 발만 동동거릴 뿐 "구해달라"고 외치지조차 못했다지 않은가. 평소 용감성과 의협심을 자랑하던 사람이라도 자신의 목숨이 오갈 만한 상황에서는 자라목처럼 오그라드는 것이 보통이다.
○…아카몬카이 학교는 이수현 씨의 얼굴을 동판에 새겨 그의 의로운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 한다. 또한 일대기가 현재 한'일 합작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야스쿠니(靖國)신사, 독도 문제 등 끊임없이 우리를 들쑤시는 일본이 '제2의 이수현' 신현구 씨에게서 진정한 의(義)가 무엇인지를 깨달았으면 싶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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