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선 열린우리당 박명재, 한나라당 김관용 후보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후보 부인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들의 생활상은 어떨까?
◆"지극히 평범한 가정주부예요"
열린우리당 박명재 후보의 부인 장광복(50) 씨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너무 떨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지사 후보 부인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선거운동과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이 최근까지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그녀는 평범하다. 첫 인상과 작은 행동들이 '고위 공무원 사모님'이라는 편견을 씻어버린다. 등산과 여행, 수영을 즐기고 박 후보가 즐겨먹는 '딘장찌개' 끓이기는 선수급이다. 식성도 좋아 돼지국밥, 선지국을 즐겨 먹고 요즘같이 피로할 땐 보신탕도 찾는다. 커피도 설탕, 프림이 넉넉히 들어간 이른 바 '다방커피'가 좋다.
성격은 내성적이다. 연예 시절땐 장 씨의 미모에 반한 박 후보가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구두굽이 빠졌는데 수선하는 데까지 업어다 준 박 후보의 자상함에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부싸움을 하면 먼저 손 내미는 쪽은 박 후보. 시어머니가 며느리 말만 믿고 아들을 나무라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박 후보가 아쉬운 처지다.
냉혹한 정치 현실을 잘 모르는 때문인지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지역의 한 복지관을 찾았는데 잔뜩 어질러 놓고 사진만 찍고 돌아간 사람들을 대신해 묵묵히 뒷정리를 했다.
선거활동이 어떤 면에서는 즐겁다. 안동으로, 포항으로, 구미로 연일 강행군이지만 아름다운 경북의 경치에 취해 힘들지가 않다. 사람들 자취에도 취한다. 시간이 부족해 더 많은 도민을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그녀는 당락을 떠나 선거가 끝나면 시간을 내 경북 오지를 일주할 계획이다.
교육관은 '스스로 하라.'이다. 사교육비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하지만 돈 못 버는 남편이 자랑스럽다. 행정자치부 다면평가에서 큰 점수 차이로 1위를 한 남편 자랑이 대단하다.
그녀의 종교는 기독교. 결혼 후 남편을 따라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최근 시간만 나면 무릎 꿇고 "도민들이 열린우리당 후보가 아닌 인간 박명재를 제대로 보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부잣집 딸이 빈농 총각과 결혼하다
"어서오세요."라며 기자를 맞이하는 한나라당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의 부인 김춘희(58) 씨는 작은 체구와는 반대로 목소리가 카랑카랑했다. 양반집에서 귀하게 자라 당시 최고 직장인 교사를 한 '신여성'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안동김씨인 친정은 부유했다. 부친과 고종사촌 오빠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영주의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도 먼 친척뻘이다.
뼈대 있는 집안의 후손답게 그녀는 다도(茶道)에 조예가 깊다. 구미시장 사택을 방문했던 어느 스님이 배우라고 권해서 시작한 게 이제는 남을 가르칠 정도가 됐다. 배워보니 자신을 다스리는데 이것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특히 10여 년이 넘게 구미에서 생활하는데 도움이 됐다. 29.3세로 평균연령이 낮고 공단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많은 구미사람들 마음을 가라 앉히는데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외국 투자자들을 만날 때에도 요긴하게 쓰였다.
신혼 초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안방만 20평인 친정에서 11평짜리에서 6명이 기거하는 시댁의 넉넉지 못한 생활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아무 것도 몰랐으니까 살았지 지금 또 그렇게 하라면 자신 없다."고 솔직히 말했다.
시어머니와는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가시기 7년 전부터 치매를 앓는 노인네에 대한 동정심으로 흐느꼈다고 한다. 김 씨는 '거기 누구 없소'란 글을 통해 문단에 등단했는데, 시어머니는 이 글의 소재가 됐다.
힘든 삶이지만 사랑 덕분에 버텼다. 서울에서 선을 볼 때 경양식집을 갔는데 김 후보가 처음 양식을 먹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에 서투른 게 신선했다. 이후 두 번째 만남을 약속하면서 "춘희 씨가 청량리 역에 도착할 때 태극기를 휘날리며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에 결혼을 결심했다.
그런 김 후보가 최근 반쪽이 되도록 선거운동에 매진하는 게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수면제를 먹여서라도 이틀쯤 푹 자도록 하고 싶을 정도다. 그래서 바쁜 틈을 타서라도 틈틈히 음식을 챙겨준다.
하지만 팥죽만은 끓이지 않는다. 시장통에서 팥죽 장사를 하시며 아들 공부시킨 어머니를 떠올리며 팥죽만 보면 눈물 흘리는 김 후보 때문이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시어머니는 단속에 걸려 팥죽통을 들고 뛰시다 몸의 이곳저곳이 화상 투성이었단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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