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석학 요한 갈퉁은 비판 예찬론자다. 자신과 같은 학자들은 비판에 우선 가치를 둬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비판하라는 건 아니다. 강자와 약자 중 강자에 대해 비판의 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자와 약자의 입장 가운데 무엇이 옳은지는 사안별로 다르고 관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약자 편에 서서 강자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인 셈이다.
○…갈퉁의 이 같은 주장은 '힘의 균형을 위해서'라는 점에서 시공을 뛰어넘어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 같다. 상대적 관점에서만 시비를 논할 수 있는 사회 문제에서 힘의 균형은 강자 쪽에 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약자 쪽에서 강자를 비판해야 한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게다. 더구나 주장이 다른 학자나 그 이론에 대해 구체적'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경우 '비판에는 성역(聖域)이 없음'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학계에 '실명(實名) 비판'의 새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특정 주의'주장이나 학파를 겨냥한 과거의 논쟁과는 달리 상대 학자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양상이 그것이다. 특히 보수와 진보 학계에서 상대 측의 대표적인 이론가를 거명해 비판하는가 하면, 같은 진영 안에서도 생각이 다른 학자를 바로 겨냥해 논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올 들어 실명 비판의 포문을 연 학자는 서울대 이영훈 교수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통해 고려대 강만길 명예교수와 최장집 교수를 비판했다. 당사자들의 반응은 아직 없지만, '창작과 비평'에 인하대 최원식 교수의 혹평이 실렸다. 서울대 백낙청 명예교수도 같은 책에서 최장집 교수를 비판했으며, 한신대 윤평중 교수는 27일 경북대에서 열릴 학술대회 발표 논문을 통해 백 교수를 비판하게 될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이 일련의 비판 주고받기는 주로 과거사 논쟁과 뉴라이트 문제에 모이고 있는 듯하다. 특히 역사 평가에서 시작된 논란이 최근 들어 얼마나 뜨거워지는가도 말해준다. 비판은 주의나 주장 간의 균형을 잡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실명 비판은 파급력이 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인신공격으로 번질 위험성이 없지 않다. '감정을 넘어선 비판문화'를 기대해 본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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