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짝패

입력 2006-05-24 07:52:28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소개하며 등장한 류승완 감독은 그동안 줄곧 액션 영화에 천착해왔다. '다찌마와 리',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등 그는 '액션'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에 무술감독으로서 한국 영화계에서 주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는 정두홍 감독이 영화 '짝패'를 위해 만났다. "홍콩이나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우리만의 액션활극을 만들어보자." 그것이 이유다.

영화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형사 생활을 하던 태수(정두홍)가 어느날 미란(김서형)의 전화를 통해 왕재(안길강)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온성의 조직을 이끌다가 출소 후 성실하게 살아가던 왕재가 동네 양아치에게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다는 말에 의심을 품게 된 태수와 석환. 각자 죽음의 배후를 파헤쳐 가던 그들은 다름아닌 친구 필호(이범수)가 범행을 사주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온성 관광개발특구 사업에 참여하는 조사장과 결탁해 온성 주민들의 땅을 헐값에 사들이기 시작한 필호가 이를 제지하려 한 왕재를 살해한 것. 태수와 석환은 왕재의 복수를 위해 필호를 찾아 간다.

영화는 한 지방 도시에 거주했던 친구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줌으로써 돈 앞에 허물어져가는 우정과 의리를 그렸다. 여기에 이들의 우정이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탐욕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다는 설정을 넣어 우리 사회를 뿌리채 뒤흔들고 있는 황금만능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친구들간의 의리와 배신, 선악이 분명한 캐릭터, 주인공의 비장한 죽음. 무엇보다 영화는 90분의 상영시간을 화려한 액션으로 채운다. 흔들리는 카메라로 골목길에서 쫒기는 장면으로 시작한 '짝패'는 고교 시절 5인방과 타학교 학생들과의 패싸움, 정두홍이 비보이들로부터 공격받고 100 대 1로 싸우는 신 등 집단전과 함께 개인기를 마음껏 발휘하는 경찰서 습격 장면까지 다양한 액션 신을 선보인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운당정에서의 결투는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을 연상케 한다.

'짝패'를 꼼꼼하게 메워주는 것은 역시 배우들의 뛰어난 액션 연기다. 정두홍과 류승완은 거의 대부분 대역 없이 액션연기를 소화해냈다. 배우들의 연기에서 느껴지는 굉장한 에너지는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다. 이범수의 묵직한 악역 연기도 눈부시다. 92분. 18세 관람가. 25일 개봉.

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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