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부일체'가 달라졌다…영화 속 선생님 '변신'

입력 2006-05-24 07:55:31

스크린 속에 등장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말 속 스승의 모습은 이제 어느 영화에서도 감히 이야기를 꾸려 가는 소재로 다루지 않는다.

세상이 변하고, 학교가 변하면서 '선생님'의 상도 변해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학원청춘물에 등장하던 모습은 학생들에게 너무나 '헌신'적이거나 아니면 '권위'적인 두 가지 얼굴만 있었다. 그것도 종국에서는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교육방식의 차이라는 점이고 보면 과거의 영화들은 '선생님'을 단 한가지 방식으로 비춰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영화서는 이런 정형화된 모습을 벗어 던지고 있다. 오히려 개성과 특성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어가며 새로운 선생상을 창조하고 있다. 25일 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관객들을 맞는다.

◇'생, 날선생'-선생님이 사고친다.

평생을 교직에서 보낸 할아버지의 반강제로 학교 선생이 된 우주호. 일생을 날라리로 살아온 그에게 학교는 감옥이나 다름없다. 지각과 땡땡이는 기본이고 종례도 전화로 끝내버린다. 학교가 끝나면 술집으로 향하기 일쑤고 술이 덜 깬 상태로 나와서는 점심시간에 해장 메뉴를 달라고 떼를 쓴다. 보다 못한 학생부 교사 윤소주는 불량 선생 선도에 나선다.

매일 티격태격 싸우던 두 사람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고 우주호는 조금씩 선생의 모습을 찾아간다.

영화가 비추는 선생의 모습은 파격적이다. 학교 구성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놀 궁리만 하는 선생, 게다가 학생에게 돈도 빼앗기고 야간자율 선도대신 학교 담벼락을 넘는 그에게서 기존의 선생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다.

황폐한 교육현장을 지키는 비현실적인 교사. 그래서 영화 '생,날선생'은 감독이 의도했던 안했던 우울한 풍자로도 읽힌다.

◇'호로비츠를 위하여'-천재의 성장, 그리고 선생님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천재의 성장과 그의 버팀목이 되어준 선생님이라는 기본 모티브만 본다면 기존의 교사상을 따르는 듯 하다.

자존심이 센 김지수는 호로비츠같이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부족한 재능과 가난한 집안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피아노 교습 학원을 운영한다. 지수가 교외에 피아노 교습소를 차리던 날 경민이라는 지저분한 차림의 아이가 찾아와 말썽을 부린다. 빈민가에 살면서 동네에서 악동으로 불리는 경민 때문에 지수도 골머리를 썩지만, 우연히 경민이 절대음감을 가진 천재소년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이 변한다. 지수는 경민을 유명한 콩쿠르에 입상시켜 유능한 선생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자신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겠다며 혹독한 훈련에 들어간다.

영화는 여기에 현실을 가미한다.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방대해진 우리의 교육 현실을 반영한 것일까. 서울 변두리 피아노 학원의 교사가 선생상을 만들어간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과거의 영화들이 채용해왔던 선생의 모습에 비켜서 있는 것은 경민을 가르치는 지수의 동기다. 애정보다는 자신의 명예욕이 앞선다. 헌신적으로 희생하는 교과서적인 선생의 모습은 자신의 열등감을 천재 피아니스트 경민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개인적 욕심으로 표현되고 있다.

◇영화는 어떤 선생을 그려왔나.

가장 기억되는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1989년 개봉된 '죽은 시인의 사회'가 아닐까. 단순한 주입식 교육으로 메말라가는 현실에 따뜻한 인간애와 자유로운 정신을 심어주는 한 교사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명문교의 전통과 권위에 저항하는 청춘 세대의 향수를 따뜻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그렸다.

로빈 윌리암스가 열연한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 특별한 삶을 살아라'고 외치며 참교육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한국 영화 가운데는 차승원 주연의 '선생, 김봉두(2003년)'가 많은 관객들의 기억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촌지를 너무 좋아해 결국 비리사실이 들통나 강원도 오지로 발령난 초등학교 교사 김봉두. 그는 아이들의 집안 배경에 따라 차별하기를 밥 먹듯이 했던 문제교사였던 그가 강원도 산골의 순박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나 참된 스승의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차츰 변해가기 시작한다. '선생 김봉두'는 교직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교사 본인도 배워간다는 설정으로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루앤 존슨의 저서 '나의 패거리는 숙제 따윈 안한다'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빈민촌의 험악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사랑을 가르치고자 고군분투하는 미쉘 파이퍼의 연기가 돋보인 '위험한 아이들(1995년)', 현실의 벽으로 인해 자신의 희망과 거리가 먼 음악교사라는 직업을 시작해 평생을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게 되는 한 음악교사의 이야기를 그린 '홀랜드오퍼스(1996년)', 트럼펫 연주자가 관현악단 연주가가 되는 자신의 꿈을 잠시 접고 시골 중학교 관악부 임시 교사로 부임하면서 사랑과 희망을 다시 되찾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꽃피는 봄이오면(2004년)' 등은 추억 속의 선생님들을 떠올리게 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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