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국가운영의 기본 도구이지만 거짓말의 수단이라는 생각도 널리 퍼져있다. "거짓말에는 세가지가 있다. 그냥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는 경구는 마크 트웨인이 영국 정치가 디즈레일리의 말이라며 인용했다고도 하고, 마크 트웨인 자신이 만들어냈다고도 하는데 '통계의 함정'을 경고하는 문구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통계가 그럴듯한 거짓말이라는 생각은 통계를 이용한 사기를 피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책도 나오게 했다. 1954년 미국에서 대럴 허프라는 자유기고가가 펴낸 '통계의 마술'(How to lie with statistics)은 ①누가 발표했는가? 출처를 캐봐야 한다 ②어떤 방법으로 알게 되었가? 조사방법에 주의해야 한다 ③빠진 데이터는 없는가? 숨겨진 자료를 조사해봐야 한다 ④내용이 바뀐 것은 없는지 쟁점 바꿔치기에 주의해야 한다 ⑤상식적으로 말이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등을 통계의 함정을 피하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최근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고 있는 산업활동동향, 고용동향, 소비자물가동향, 소비자전망조사결과, 산업활동동향 등 5종의 통계 발표시점을 지금의 오전 7시 30분에서 오후 1시 30분으로 바꾸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 출입기자들은 물론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금융시장 개장중 경제지표 발표는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으며 장중 발표를 가능한 피하는 글로벌스탠더드와도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은 몇가지 이유를 들며 강행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5종 지표를 처음 기사화하는 석간신문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킨다."는 불만이다.
이쯤되면 대럴 허프가 제시한 통계사기를 피하는 방법에 '언제 발표되는지 시점에 주의해야 한다'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발표 시점을 부정적인 면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석간을 피해 '그렇지 않지도 모를(?) 조간 신문의 보도시점에 맞추겠다는 것은 언론논조를 정부의 입맛에 맞도록 바꾸겠다는 의도이며 이는 곧 통계를 이용한 사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통계작성은 정부가 하지만 여기에 나타난 현상들의 해석은 전적으로 민간의 몫이다. 언론이 정부가 원하는대로 통계현상을 해석하고 보도해야 할 이유도 의무도 없다. 나아가 정부의 통계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가경제의 실상을 가리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나쁘다. 바로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 위기는 없을 것"이라던 경제관료들의 '통계 거짓말' 때문이 아니었던가.
통계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질나쁜 거짓말이 될 수도,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백의 천사'로 잘 알려진 나이팅게일이 크림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1858년 영국군의 나쁜 보건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영국군의 위생상태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사례('세계를 삼킨 숫자 이야기' - 버나드 코헨)는 좋은 본보기이다.
정경훈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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