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공부방] 제 친구는 한 번씩 간질 발작을 해요!

입력 2006-05-23 07:31:23

어느 날 아들이 학교에서 간질 발작을 하는 친구를 봤다고 했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몸이 뻣뻣해지고 숨도 잘 못 쉬고 입에서 거품을 내서 죽을까봐 무서웠다는 것이다. 다행히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친구가 깨어나 마음이 놓였지만 괴로워하는 친구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병이란 모르면 두렵지만 알면 왜 생기는지 이해가 되고 치료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간질에 대한 문헌상 기록은 기원전 5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미 그 당시에도 간질에 대해 정확히 기술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19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간질은 히스테리, 정신착란,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병으로 잘못 취급되었다. 19세기 말 이후 과학적인 접근이 시도되고 20세기 중반 전기생리학적인 검사가 가능해지면서 간질 발작은 뇌 신경세포가 과흥분되거나 억제기능이 약화되어 일어나는 것이라는 현대적인 개념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간질 치료에 있어 가장 큰 발전은 20세기 초에 이루어졌다. 1912년 하웁트만이 간질치료에 페노바비탈을 처음 사용함으로써 약물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 후 계속해서 새로운 항경련제가 개발돼 현재는 약물치료가 간질치료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간질 발작은 환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갑자기 발생하므로 발작을 목격한 사람은 당황하지 말고 증상을 관찰한 다음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대처 방법은 발작 유형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유형별로 증상과 대처법을 살펴 보자.

△복합부분발작-수업 중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물끄러미 한 곳을 응시하다가 옷을 만지작거리더니 구역질을 여러 번 했다. 1분 쯤 지난 후 멍하게 앉아 있다가 이름을 부르니 반응을 보였지만 질문에는 대답이 없었다. 2분 정도 더 지나자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다.

이럴 경우 위험한 장소가 아니므로 행동을 제한하지 말고 팔다리 경직의 유무, 눈의 움직임 등을 관찰하면서 때때로 이름을 불러 반응을 살펴본다. 의식이 돌아오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므로 이상이 없으면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

△전신발작(소발작)-친구들과 놀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한 곳을 응시하며 멍하게 서 있다. 잠시 후 정상으로 돌아와 다시 놀기 시작한다. 이런 증상은 발작 당시 근력이 감소돼 넘어질 듯도 하지만 외상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적기 때문에 자주 일어나지 않는 한 별다른 조치는 필요 없다.

△전신발작(대발작)-눈이 고정되고, 양 팔과 다리는 쭉 뻗은 자세로 뻣뻣해지고, 이어서 팔다리를 떨며 안색이 검붉어졌다. 1분 정도 지난 후 경련은 사라졌으나 숨결이 거칠어지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 잠들었다.

이런 발작을 짧게 하는 방법은 없지만 발작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법은 알아둬야 한다. 먼저 환자 주위의 날카로운 물건들을 치우고, 옷의 단추를 풀어 느슨하게 한다. 찬물을 끼얹거나 따귀를 때려 경련을 멈추려 해서는 안 된다. 환자의 움직임을 억제하려 해서도 안 된다. 혀나 입술을 깨무는 걸 방지하려고 딱딱한 물건을 입안에 넣는 것도 좋지 않다.

김지언(대구가톨릭대학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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