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마운드 '보직 파괴' 효과 있나?

입력 2006-05-23 07:56:35

구원 투수의 깜짝 선발 등판에 선발 요원의 불펜 전환...

최근 프로야구 마운드에 예상 밖의 보직 파괴가 단행되고 있다.

5연패에 빠졌던 SK는 지난 21일 현대와 경기에 잠수함 투수 조웅천(35)을 선발로 출격시키는 깜짝 이벤트를 실시했다.

선발진에 포진했던 채병용이 팔꿈치 통증으로 빠진 공백을 메우는 땜질식 등판이었음에도 조웅천 카드는 다소 의외였다.

지난 2003년 구원왕에 오르는 등 데뷔이후 대부분 불펜진을 지켰던 조웅천의 선발 등판이 태평양 소속이던 지난 1995년 9월17일 롯데전 이후 무려 10년 8개월여 만이었기 때문이다.

조웅천의 선발 변신은 연패 탈출을 향한 조범현 감독의 절박한 마음과 이를 알아차리고 어려울 때 노장의 관록을 보여주겠다는 조웅천의 호기도 한몫했다.

조웅천은 4이닝을 3안타 4실점(1자책점)으로 막으며 9연승 중이던 현대에 11-5 승리를 거두는 디딤돌이 됐다.

조웅천 카드로 팀 연패의 사슬을 끊어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선발 투수들의 불펜.마무리 외도도 눈에 띈다.

앞서 지난 20일 롯데의 에이스 손민한은 삼성전 1-0으로 앞선 8회 1사 1, 2루에 등판,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켜 올 시즌 첫 세이브를 챙겼다.

롯데가 6연패 및 원정 17연패를 당한 뒤 팬들 앞에서 공개 청문회까지 가졌던 강병철 감독의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연패의 늪에서 롯데를 구한 손민한은 23일 KIA전 선발 등판해 본업에 복귀한다.

또 역대 신인 사상 최고 계약금(10억원)을 받고 올 해 KIA 유니폼을 입은 '대형 신인' 한기주는 손민한과 조금 다른 사례.

KIA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던 한기주는 기대했던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하다 지난 21일 LG전 3-3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1루에서 등판, 2명의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고 이용규의 끝내기 안타 덕에 첫 구원승을 올렸다.

한기주의 불펜 기용은 지난 18일 현대전 선발 등판에서 1이닝 5안타 3실점의 부진을 안는 등 프로 무대에 완전 적응하지 못한 한기주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불펜진에서 자주 던져 투구 감각을 찾도록 하는 한편 지나친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서정환 KIA 감독의 복안이다.

이들 3명의 보직 변환은 선발-중간-마무리가 제 역할에 충실한 현대 야구의 분업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임시변통의 성격이 짙다.

그럼에도 연패와 부진에 빠진 일부 팀들은 일단 보직 전환으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보직 파괴는 투수의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팀들이 장기적으로 어떤 손익 계산서를 얻게 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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