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게 재미있어요"…김천 증산면 마을회관 야학교

입력 2006-05-22 10:05:18

21일 오후 9시쯤 김천 증산면 황정리 마을회관에서는 황정·유성·동안리 일대 50~70대 아주머니 20여 명이 한글 자음을 따라 읽고 쓰는 등 한글 학습 삼매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글 기초반 야학교 개강식을 함께한 이 자리에서는 아주머니들이 돋보기안경을 쓰고 연필 쥐는 것이 어색하지만 새내기가 된 듯 마냥 즐거워했다.

수업 첫날 박경남(60·황정리) 씨를 반장으로 선출한 뒤 ㄱ부터 차례대로 5개 자음을 쓰고 읽는 것을 배우고 숙제로 "5번씩 써올 것"을 부여받았다. 자음 5개를 훌륭하게 읽어내 박수갈채를 받은 최고령의 이복영(81) 할머니는 "손이 떨려 쓰는 게 어둔하지만 배움이 참 재미있다"고 말했고 김숙자(67) 씨는 "집에 있으면 잘시간이지만 학교에 오니 간식을 주고 공부도 가르쳐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금요일 한글, 일요일 수학을 2시간씩 가르칠 이곳 한글 기초교육반은 차용국 황정교회·허지태 유성교회 목사의 의지로 마련됐다. 이들이 남산동의 김천늘푸른야학교에 한글기초반 운영을 요청하자 강국원(46) 교장이 "좋은 일로 분교를 내야하겠다."고 결정, 마을회관을 배움의 터전으로 만든 것이다.

교회에서는 돋보기를 비치하고, 개인사물함도 만들었다. 분교장은 차 목사가, 한글 수업은 허 목사 그리고 수학은 차 목사 부인 정순식(48) 씨가 맡았다. 차 목사는 "늦깍이 배움이 부끄럽지 않도록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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