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5시. 불과 세 시간 전에 꺼졌던 대구 중구 대봉동의 한 아파트 6층 집 불이 다시 켜졌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백승홍 후보 집이다.
이날은 백 후보의 노루잠 신세 한 달이 되는 날. "매일 강행군입니다. 살이 빠져 옷을 새로 맞추어야 할 지경입니다." 형편은 백 후보 부인 석의숙 씨도 마찬가지다. 석 씨는 "부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바꿔주세요."라며 웃었다.
하지만 석 씨는 백 후보에게 천군만마와 다름없는 든든한 후원자다. 여러 번의 총선 출마 때도 고락을 같이하며 백 후보의 부족분을 채웠고 이번 선거에서도 그럴 계획이다. 백 후보는 "오늘도 힘냅시다."라는 말을 석 씨에게 건넨 뒤 아내와 짧은 이별(?)을 고했다.
오전 7시 서구 7호광장. 미리 와 있는 선거 도우미와 수행원들로 빨간색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빨간색은 백 후보의 이미지색. "대구가 살 길은 복지부동하는 대구를 뒤엎는 것뿐이다. 혁명을 바라는 마음에서 빨간색을 택했다."고 백 후보는 설명했다.
오전 10시 백 후보는 서문시장을 찾았다. 그는 "나 왔데이."라며 상인들에게 친숙하게 인사를 건넸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줄곧 상인들과 인연을 맺어온 터라 서문시장은 백 후보 마음의 고향이다. 상인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 백 후보는 "악수 값은 표로 계산하는 거 알제!"라며 상인들에게 변함없이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낮 12시. 백 후보는 서구 평리동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바삐 들어갔다. 오후 3시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리는 모 여성단체 토론회에 나가려면 자료를 다시 한 번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곧바로 공부 삼매경에 빠진 백 후보. 얼마쯤 지났을까, 석 씨가 사무실을 방문했다. 두류동에서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고 왔다는 석 씨는 "후보님 일정을 훤히 알고 있어 하루에 두 번 정도는 찾아옵니다."라며 금슬을 과시했다. 백 후보도 "오늘같이 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이면 아내가 감기라도 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팔불출'을 자처했다.
오후 9시. 백 후보는 복현네거리 막창골목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내 수행비서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길로 가기 위한 언쟁이다. "후보님, 이 길이 더 빠릅니다." "아니다, 저 길로 가는 것이 낫다." 언쟁은 결국 백 후보 판정패로 끝난다. 백 후보는 "내 고집도 보통 고집이 아닌데 비서 고집은 한술 더 뜬다."고 웃었다.
복현동에 닿을 무렵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으나 백 후보는 아예 우산을 내팽개쳤다.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백 후보는 "젊은층들이 선거에 관심은 많으나 직접 표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이 아쉽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고 했다.
오후 10시 30분. 그제야 복현동을 벗어난 백 후보 발길이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닌 선거사무실. "모든 것을 직접 챙겨야 마음이 놓인다."며 내일 일정과 오늘 미흡한 점을 확인했다. 결국 회의는 자정을 훌쩍 넘어버린 20일 오전 0시 40분이 다 되어서야 끝났다. 백 후보는 "내 로고송 옹헤야처럼 대구시장은 (백승)홍이 해야지."라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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