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 자자'는 이제 그만"…21일 '부부의날'

입력 2006-05-20 10:08:23

"밥 도." "잡수소." "고마, 자자" "먼저 자소."

중학교 교사인 안모(48) 씨 부부가 20년 가까이 나눴던 대화다. 어쩌다 말이 길어지면 이번엔 고성이 터지고 싸움이 났다.

어느날 TV드라마를 보며 다정한 중년부부를 목격한 안 씨. 그는 "나도 변해보자."며 지난해 6월 대구 달서구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찾았다. 전문가들은 안 씨 부부가 의사소통 기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신은 왜 이 모양이냐'는 식의 질책성 말투가 항상 다툼을 불러왔다는 것.

4주간의 '부부관계 향상교육'을 받으며 안 씨 부부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말을 하기보다는 먼저 듣고, '내 생각은 이렇다'며 부드럽게 접근하자 아내가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왜 그렇게 서운해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안 씨는 부부관계 공부를 하고나니 정다운 '잉꼬부부'가 됐다고 좋아했다.

21일은 '부부의 날'. '장미를 든 목사'로 알려진 부부의날위원회 사무총장 권재도 목사가 '둘(2)이 하나(1) 돼 행복한 가정을 만들자'는 슬로건으로 지난 1995년부터 갖가지 행사를 열면서 세간에 알려졌고, 2003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공식 기념일로 지정됐다.

◆"공부가 필요해"= 남편의 잦은 해외 출장과 둘째 아이 출산 이후 사이가 멀어졌던 권혜경(34) 씨 부부도 '부부 관계 향상 교육'을 통해 대화하는 기술을 배웠다.

특히 '죽어도 못한다'던 남편의 애정 표현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게 됐다고 했다.

'성(性) 교육'을 받는 부부도 늘고 있다. 이모(42·여) 씨는 남편과 잠자리를 할 때마다 참기 힘든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남편은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마다 성관계를 통해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는 것. 이 씨는 남편에게 자신의 기분과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후에야 남편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했다.

정년퇴직 이후 종일 집에 머물며 잔소리를 하는 남편과 갈등을 겪었던 최모(57·여) 씨 부부도 부부공부를 한 뒤 달라졌다. 최 씨 부부는 '점심은 각자 해결하기', '매주 수요일은 절대 간섭하지 않기' 등 생활 양식 지침을 만든 뒤 예전의 금슬을 되찾았다.

김정옥 대구가톨릭대 생활복지주거학과 교수는 "결혼 초기와 자녀들의 성장기, 중년 이후 등 생활 주기에 따라 부부간 관계를 재정립하도록 부부 사이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달서구 건강가정지원센터가 다음 달 7일 개강, 28일까지 계속하는 부부관계 향상교육에는 40명의 부부가 수강을 신청, 지난해 프로그램 때보다 수강자가 2배나 늘었다.

◆미혼남녀도 '부부 공부'= 미혼 남녀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도 부부 공부에 나서고 있다. 좀더 알고 결혼 생활에 임하면 훨씬 잘 적응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

오는 23일부터 달서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결혼 준비 교육' 프로그램에는 이미 지난 해보다 배나 늘어난 40명이 신청했다. 이들은 4주에 걸쳐 자기 이해와 평등한 부부관계, 의사 소통 기술, 즐거운 성생활 방법 등에 대해 배우게 된다.

지난해 결혼 준비 교육을 수강한 뒤 결혼한 서모(28) 씨는 "결혼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마음의 혼수를 준비한 덕분에 결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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